5. 뇌신경회로 – 역동적인 마음근육
문일수의 붓다와 뇌과학
뇌신경망 변하게 하는 원동력은 마음
마음이 일어나면 뇌신경회로 활동하고 빈도 따라 강해져
뇌에는 1천조개 연접이 신경세포를 11차원으로 연결함
명상 · 수행, 뇌 바꾸는 과정…마음운동은 뇌신경망 강화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거나 기존의 신경회로를 더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킨다. 이처럼 뇌의 신경회로인 뇌신경망은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뇌신경망을 변하게 하는 원동력은 사람들이 일키는 마음이다. ‘마음’의 근저에는 뇌신경망의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이 커지고 우리는 그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활동과 그 결과로 변한 뇌신경망은 볼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이 일어나는 동안에 그 마음과 관련된 뇌신경회로가 활동을 하고, 어떤 마음을 자주 일으키면 그네 따른 뇌신경회로가 강해진다는 것은 뇌과학적 진실이다.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뇌 안에서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그 불꽃(뇌활성)들은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을 만나는 삼사화합[三事和合(촉, 觸)]으로 일어나고, 그 불꽃(뇌활성)들이 의근[意根(mano])]에 포섭되면 마음(의식,意識)이 된다. 피어나는 불꽃 전체는 뇌신경망의 활성이고, 하나 하나의 불꽃은 각 신경세포의 활동에 대응된다 [참조; 제브라피쉬(Zebrafish, https://youtu.be/lppAwkek6DI)와 생쥐(https://youtu.be/8JhA4ZJ4ZPQ)의 뇌활성].
뇌활성은 감정, 생각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말하거나, 걷거나 하는 근육운동의 근거가 된다. 즉, 생각이나 행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고, 그 현상들의 근저에는 각각에 해당하는 뇌신경망의 활성이 있다는 말이다. 마치 휴대폰의 여러 가지 기능들(전화, 메시지, 동영상, 음악 등)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고, 휴대폰 속에는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게 하는 전자회로들의 활동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싸띠(sati, 알아차림)하는 것도 하나의 불꽃놀이에 비유된다. 싸띠신경망을 구성하는 많은 신경세포들이 활동하여 하나의 불꽃을 만드는 것이다. 싸띠수행(알아차림)을 계속 반복을 하면 왜 싸띠신경망이 강화(싸띠힘 증가)될까? 알아차림(싸띠수행)은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 영역이다.
인지뇌신경과학계에 전설이 된 말이 있다; ‘Fire together, wire together’. 신경세포가 활성을 갖는 것을 격발(fire)한다고 한다. 0.1볼트짜리 전기신호(활동전위라 함)를 만들어 축삭(axon)을 통하여 회로의 다음 신경세포로 보내는 것이다. 다음 신경세포로는 연접을 통하여 신호가 전달된다. ‘wire’는 ‘회로를 만들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동시(同時)에 활성(격발)하는 신경세포들은 서로 어울려 회로를 만든다’는 뜻이다.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와 받는 신경세포 사이에 연결(연접)이 생긴다는 뜻이다. 1959년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도날드 헵(Donald O. Hebb)이 주장하였다. 처음에는 뇌신경회로가 새로 만들어지지만, 다음에는 뇌신경회로에 속한 연접들의 연결이 강해진다. 도날드 헵의 주장은 1970년대 초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과학자들에 의하여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연접연결강도(synaptic strength)가 증가하려면 연접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기본이다(그림 참조). 연접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더 잘 나오고, 받는 쪽에서는 더 효율적으로 받아들인다. 연접에서의 신호전달이 더 효율적이 된 것이다. 그러면 신경회로의 전기흐름이 빨라진다. 강해진 신경회로가 되었다. 신경회로는 마음의 근육이기에 이는 마음근육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싸띠수행을 하면 알아차림신경망, 즉 싸띠신경망이 강화되어 싸띠힘이 증강된다. 반면에 망상 · 번뇌의 신경망은 약화되고 소멸된다. 자주 사용하지 아니하는 신경망은 약해지고 궁극에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연접의 연결강도가 장기간 강해지는 것을 연접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 그 반대를 연접장기저하(long-term depression, LTD)라고 한다. 기억이 약해지고 제거되는 현상은 LTD에 의한다.
한글은 아무리 길고 복잡하더라도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으로 만들어진다. 뇌신경회로는 신경세포를 재료로 하여 LTP와 LTD로 그려진다. 그 복잡한 뇌 신경회로를 단 두 가지 도구, LTP와 LTD로 그린다니 가능한 일인가? 사람 뇌에는 대략 1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각각은 1만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사람뇌에는 1천조 개의 연접이 뇌신경세포들을 11차원으로 연결하고 있다. 1천조 개의 연접들이 서로 어울려 회로를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될까? 무한(無限)하다. LTP와 LTD로 무한한 수의 신경회로를 만들 뿐 아니라 신경회로의 강약까지 조절할 수 있다. 1천조 개나 되는 연접들의 연결강도가 마음 씀씀이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어두운 밤에 LA 공항이나 뉴욕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끝없이 펼쳐진 대도시의 명멸하는 불빛을 떠올려보라. 우리 뇌 속의 신경연접들은 그렇게 깜빡이고 명멸(明滅)하면서 뇌신경회로를 역동적으로 바꾸고 있다. [참조; 역동적인 뇌신경세포 https://youtu.be/S1dT0QkwC-s]
명상이든 수행이든 그것은 뇌신경망을 바꾸는 과정이다. 연접이나 뇌신경망 하나하나를 콕 집어 강화시키거나 제거할 기술은 없다. 신경망들이 서로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뇌신경망 가운데 일부가 싸띠신경망이고, 다른 일부는 번뇌·망상의 신경망이다. 뇌과학 기술의 발달로 명상이 뇌를 바꾼다는 증거가 많이 나온다. 감정조절, 자각, 인지 등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재를 알아차림 하는 뇌 부위는 활성이 강화되고,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기본모드신경망 부위는 약화된다.
이처럼 마음운동으로 유익한 뇌신경망을 강화시킬 수 있고, 번뇌의 신경망은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탐 ·진 ·치 3독의 번뇌신경망을 제거하는 것이 왜 그렇게도 힘들까?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사람을 원시 야생에서 살아남게 하였다. 살아남기 위하여 필요했던 탐욕(탐)과 성냄(진)의 뇌를 아직도 우리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한 뇌는 우리의 호흡과 맥박과 같은 생명현상 자체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번뇌 · 망상의 불을 지피기도 한다. 그런데 번뇌 · 망상의 뇌신경망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탐 ·진 ·치 삼독심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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