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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내 안의 근본을 믿는다면 괴로움 두려움 없어져

장백산-1 2022. 5. 28. 15:03

수행자의 힘은 올바른 믿음과 내맡김

진정으로 내 안의 근본을 믿는다면 괴로움 두려움 없어져

 

사람들은 이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한다, 즉 진리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듯 이 세상, 진리에 대해 알지 못해 무지하고 어리석다 보니 이 세상이 온통 불분명하고, 복잡하다. 무엇 하나 온전해 보이는 것이 없다. 분명하게 환히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세상이 두렵고 무섭다. 미래에 대해서도 두렵고 무섭고, 일에 대해서도 두렵고 무섭고, 죽음에 대해서도 드렵고 무섭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알 수 없기 때문에 두렵고 무섭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닌 무언가에 의지해 두렵고 무서운 것을 해소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두려움과 무서움에서 나를 안락하게 해 줄 도피처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그 때 사람들은 이제부터 어떤 ‘절대자’, ‘신(神)’, ‘부처(佛)’ 같은 것을 가정(假定)해 놓고 그것을 믿기 시작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두렵고 무서운 이 세상에서 의지할 의지처를 얻게 된다. 이것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믿음’의 실체다.

 

그러나 어떤 ‘절대자’, ‘신(神)’, ‘부처(佛)’ 같은 것을 가정(假定)해 놓고 그것을 믿기 시작하는 믿음은 언제고 쉽게 바뀔 수 있다. 그런 믿음은 선택한 믿음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믿을 대상에 대한 확증 없이 그저 두려움 무서움 때문에 믿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언제든 그런 믿음은 쉽게 바뀔 수 있다. 진정한 믿음은 그같은 믿음이 아니다. 온전한 믿음의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나 자신의 근본(根本)에 대한 믿음, 자성불(自性佛)에 대한 확신과 신뢰야말로 온전하고 진정한 믿음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가지는 사람은 두렵지 않고 무섭지 않다. 자기 근본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나약하지 않고, 두렵지 않으며, 강하고 용기와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나 자신이야말로 진리(眞理), 신(神), 부처(佛)임을 믿기 때문에 그렇다.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괴로움이나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오더라도 그같은 경계는 나 자신을 휘두르지 못한다. 나야말로 진리의 화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가 나를 헤칠 리가 없음을 알고 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다 법다운 이유가 있기 때문에 태어난 것임을 알고 있다.

 

내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괴로움, 무서움, 두려움도, 그 어떤 경계도 기꺼이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이 내가 지구별이라는 이 행성에 여행온 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앞에 나타나는 그 어떤 존재도 모두가 법계에서 부여한 나름대로의 온전한 목적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존재도, 그 어떤 일도 온전히 존중하며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는 나 자신에 대한, 내 근본에 대한 믿음의 힘 덕분이다. 나 자신의 근본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내맡길’ 수 있다. 내 안의 진리에, 내 안의 부처에게 일체 모든 것을 내맡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참된 믿음은 그렇듯 모든 것을 내맡기고 받아들일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온다.

 

어떤 종교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믿음을 선택할 것인가. 그런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의 선택에 대한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내 마음은 평온을 잃고 혼란을 가져온다. 내 바깥을 기웃거리면 선택할 것만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러니 선택하지 말고 다만 믿으라. 내 안을 바라보고 내 내면의 근본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 분열이 없고 혼란이 없다. 분열과 혼란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 무서움, 괴로움이 없다. 나 자신의 근본에 대한 믿음은 선택이 아닌 당위이다. 그랬을 때 힘이 생기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 중심이 우뚝 서며, 일체를 내맡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참된 믿음은 온전한 내맡김이고, 용기이다. 내 근본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안과 두려움, 괴로움, 무서움이 늘 나를 따라다니겠지만, 내 근본에 대한 참된 믿음이 있다면 그 어떤 불안과 두려움, 괴로움, 무서움도 없다. 오직 당당한 용기로써 내맡김 만이 있다. 불안해 하지 마라, 괴로워 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말라, 무서워 하지 마라. 참된 믿음으로 일체 모든 것을 내맡겨라.


법상 스님  <법보신문/2004-08-25/7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