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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가난함

장백산-1 2022. 6. 20. 12:20

행복과 가난함


가난함을 선택할 수 있는가 스스로 선택한 가난함은 지혜로움의 원천

 

요즘 들어 가난하게 사는 것에 대해 많은 의미를 생각해 본다. 과연 나는 가난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갖추어져 있는가 스스로 비추어 보는 일이 많아졌다.

 

스스로 선택한 가난함은 지혜로움의 원천이며, 영혼의 스승이다. 가난하게 산다함은 내면의 창조적이고 자주적인 본연의 능력과 지혜를 삶이라는 연극무대 위에서 마음껏 발휘하면서 산다는 말이다.

 

부유하고 편리하게 살면 내면의 창조적이고 자주적인 본연의 능력과 지혜를 자꾸만 망각하게 되어서 사람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 그만큼 축소되며 몸과 마음의 능력도 함께 소멸되고 만다. 그렇게 부유함와 편리함에 길들여지고 나면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영역이 퇴화되어서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 해 주고, 돈에 의지하는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돈이 많을수록 우리 손과 발이 할 일이 줄어든다. 대신에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하는 정보들이 늘어난다. 그러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몸은 더욱 편리한 삶에 길들여져 더욱 부를 추구하게 된다. 그 마음은 욕심과 집착을 부추기고 욕심과 집착심은 결국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된다.

 

발과 다리로 걷는 대신 차를 타고 가고, 농사 짓고, 집 짓고, 밭도 갈고 그래야 할 일들을 돈이 알아서 다 해주게 되니까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자꾸만 줄어든다. 그렇게 되다 보니까 우리의 손과 발의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의 길이 딱 막혀 버린 것이다.

 

가난했을 때 사람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해야 하며,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일하며 온갖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돈이 많아져 버리면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진다. 어쩌면 소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는, 그러나 인간의 삶에 있어 아주 근본이 되는 그런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일들이 그냥 돈의 몫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일을 했을 때, 흙과 가까워질 수 있고, 대자연, 바람과 구름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을 움직여, 손발을 움직여 늘 노동을 하고 씨앗을 뿌리며 수확함으로써 몸도 건강해 지고 마음 또한 건강해 질 수 있다.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거두어 먹으니 욕심이 줄어들고 마음은 이내 평온을 되찾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대자연의 조화에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고 그 흐름과 하나되어 살아감으로써 나 또한 대자연 법신의 일원으로 건강하고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이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편리함이 곧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게 사는 것이 지혜롭다. 편리함은 우리 몸을 더욱 병약하게 하고 정신의 풍부성을 앗아간다. 그래서 수많은 옛 선지식이나 성현들은 가난이야말로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는 가장 소중한 부분이라고 했다. 가난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질 수 있고, 온갖 번뇌며 욕심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살 수 있다.

가난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과연 내게는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법보신문/2005-02-02/790호>,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