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선원
<질문> '내가 없다'는 말씀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답변> '내가 없다'는 말을 믿으시오. 귀향(歸鄕)하시라고, · · · 부처님 말씀이에요.
지금 누가 말을 합니까? 누가 묻고있어요?··· 전부 밥, 물, 공기, 햇볕 등등의 기운이오.
믿고 안 믿고 하는 게 우선 주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오? 그러니 묻는 거요, '무엇으로써 나를 삼았는가?' 하고,· · ·
예를 하나 듭시다.
우리가 흔히 자동차(自動車)라고 하는데,· · · 문자 그대로라면 '스스로 움직이는 차'라는 소리요.
그럼 요지는 무엇으로써 '스스로'를 삼았는가 하는 거요.
자동차 부속품이 2만 가지도 넘는다고 합디다. 그 많은 부속품을 낱낱이 분해해서 늘어놓았을 때,
그 많은 부속품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 걸까요?· · · 없소.
그 어떤 것도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없소.
그 많은 부속품들이 다 고만고만한 쇳덩이들에 불과한 거요.
그 쇳덩이들을 한군데 다시 쓸어모으면 움직일까요?· · · 아니오.
아주 묘하게 알맞은 상태로 인연화합 해야 비로소 '부르릉' 하고 움직이는 거요.
자, 그럼 뭐가 움직인 거요?· · · 움직이긴 움직였는데 움직인 놈이 없는 거요.· · ·
그럼 움직인 놈이 없는데 어떻게 움직임이 혼자 성립되겠소?· · ·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엔 움직이는 일이란 없다'고 말하는 거요.
그럼 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까요? 우리는 이 지구라는 땅갈피에 달라붙어 살아 오느라고 상하, 전후,
좌우의 모든 방소(方所)가 붙박이로 되어있는 거로 여기고 있는 것뿐이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을 조금만 넓히면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소.
우리의 시각을 우주, 허공으로 넓히면 거기에 어디 동서남북이 있고 위, 아래가 있겠소?
그러한 방소가 없으니 어찌 움직임이 있겠냐 말이오.
움직인다는 말은 어느 한 지점에서 멀어져서 다른 한 지점에 가까워지는 것을 말하지 않소?
그러나 도무지 그러한 '지점'을 찍을 수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움직인다고 할 수 있겠소?
여러분 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면 허공조차도 없소. 전부가 여분의 마음으로 지어낸 바요.
절대공간이니, 절대시간이니 하는 말을 하지만, 그 허공조차도 저 망망대해에 떠잠기는 한 물거품처럼
여러분 마음속에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업의 그림자인 거요. 여러분이 허공이라 했기 때문에 그것이
여러분에게 허공이 된 것이오. 이 마당에 '나'라는 말이 도대체 어디 붙을 수 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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