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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장백산-1 2022. 8. 25. 13:56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드러나 있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허용하라 수용하라고 말을 하니까, 어떤 분은 지금 여기에 드러나 있는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허용하고 받아들이려고 인위적으로 애를 쓰고 노력을 기울이더군요. 혹은 수용하고, 허용하고 받아들인다는 행위를 자신의 수행으로 삼고, 삶의 지침으로 삼아 실천하려고 애씁니다. 이같은 애씀은 수용하고 허용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이라는 방편의 말에 집착하는 것이고, 의지하는 것이며, 상(相)에 얽매여 구속당하는 것입니다.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허용해 주라는 말도 어디까지나 방편의 말일 뿐입니다. 제가 지금 최대한 덜 유위적이고, 인위적이며, 덜 애씀이 개입되는 말을 쓰려고 하는데요, 사실 말은 전부가 다 방편이라 허물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방펀으로 하는 말은 지금 여기에 있는 진실을 100%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없습니다.

모든 말은 그 말이 나오고 사라지는 낙처(落處), 당처(當處)를 보아야지 그 말을 붙잡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수용하고 허용하고 받아들인다는 말은, 그러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유위행이 아니라 무위행입니다. 하되 하는 바 없이 행하는 말입니다. 거기에도 머물지 않는 것이지요. 그것을 사람들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하다보니, 수용하고 허용하고 받아들이라는 방편상의 말로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받아들이되, 받아들임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수용하되 수용하려고 노력할 것은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모든 것은 수용되고 있고,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내가 억지로 붙잡거나, 가로 막거나, 취하거나 버리려는 애씀만 하지 않으면 저절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받아들임, 수용이란 말도 그저 중도, 불이법, 정견,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2019.09.02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