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

장백산-1 2022. 10. 18. 15:17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


눈살을 찌푸릴 만한 좋지 않은 모습을 보더라도 그같은 감정은 잠시일 뿐, 그 인연이 다하면 다른 것을 보게 된다.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 소리의 인연이 다하고 나면 그 말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다. 이와 같이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것들은 모두가 다 그 순간에 잠시 생겨났다가 잠시 머물고 이윽고 사라져버리는 것일 뿐이다. 인연생 인연멸 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실체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잠깐 생겨났다가 사라라버리면 그게 전부일 뿐이다.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것은 그 순간 들은 말이요, 그 말을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저 소리라는 파동 하나가 일어났다가 사라져버린 것일 뿐이다. 그 순간 찰나적으로만 존재했다가 사라지면 그 뿐이다. 그 소리는 영원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그 소리를 들을 때 기분 나쁘고, 집에 와서도 계속해서 그 소리가 기억나면서 괴롭다.

이것이 바로 상(相)이다. 이미지로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찌꺼기를 계속 붙잡아 집착하는 것이다. 상(相)은 사실 잠깐 생겨났다가 사라진, 허상(虛相)일 뿐으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이다.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소리 그것은 이미 생겨났다가 사라져버렸는데, 계속 그 소리를 붙잡아 집착함으로써, 상에 얽매여 괴로워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말 한 마디를 계속 기억하고, 집착하고, 진짜라고 여기면서, 거기에 얽매이고, 괴로워하고, 또 다른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만들어내며 괴로워한다. 이것이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계속 맞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 생겼다가 사라져버리는 모든 것들, 인연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는 모든 것들, 즉 생멸법(生滅法)이라는 모든 것들은 전부가 다 잠깐 왔다가 사라져버리면 그 뿐이지, 실체가 없다. 허망하게 생겼다가 허망하게 사라질 뿐이다.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소리 하나가 허공 중에 울려 퍼졌다가 곧바로 사라져버릴 뿐인 것이다.

생멸하는 모든 것이 이와 같다. 그러니 생멸하는 모든 것에 집착할 것이 없다. 돈도 왔다가 가고, 사랑도 왔다가 가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왔다가 가면 그것으로 그뿐이다. 왔다가 사라져버리는 그것을 실체화하여, 진짜라고 여겨 집착하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생겼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에 미련을 갖지 말라.

이미 왔다가 사라져버렸는데, 이미지, 찌꺼기, 기억의 흔적에 사로잡혀 홀로 괴로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2020.02.08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