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공부와는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른 출세간의 공부
세상 모든 일을 잘 해 내려면 일을 하는 명확한 방법과 지침이 있어야 하고, 목표 지점이 있으면 된다. 알을 이루어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대로 따라서 하다보면 어떤 결과가 있다고 알려줘야 그 방법대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길이고, 그것이 우리가 그동안 모든 일을 해 오던 방식이다.
그러나 불법 공부, 마음 공부에서는 세간에서 쓰는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마음 공부에서는 세간에서 쓰는 방식으로 어떤 특정한 방법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보면, 어떤 특정한 결과가 있다라고 분명하게 결정적으로 얘기를 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왜 그럴까? 마음 공부는 식(識), 알음알이로 하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머리로 하는 사량분별하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세간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간의 공부는 열심히 노력해서 결과를 얻는 인과의 방식이지만, 출세간의 이 공부는 그렇게 접근해서는 할 수가 없는 공부다.
특정한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결과를 얻으려면 지금은 결과가 없어야 한다. 그 결과가 지금은 나에게 없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나 운동이 그렇다. 근육이 지금은 없고, 건강이 없는 사람은 운동이라는 헬스나 달리기 등의 특정 운동방법을 열심히 갈고 닦으며 실천해 나가다 보면 근육도 생기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육체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마음공부는 이처럼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공부가 아니다. 깨달음은 영원히 언제나 지금 여기 눈 앞에 드러나 있다. 즉심시불(卽心是佛), 지금 이 마음이 곧 부처다. 또 다른 찾을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마음 공부를 머리를 두고 머리를 찾는다거나,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표현을 쓴다. 이미 머리는 있기 때문에 따로 머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듯, 애초에 이미 깨달음은 있기에 또 다른 깨달음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공부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공부가 아니라 이미 있는 마음을 확인하는 공부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공부는 노력이나 방법이 필요 없다.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모든 유위의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공부를 무위법(無爲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마음 공부의 길을 ‘길 없는 길’이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도 성도 이후에 이 마음 공부를 중생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법을 펴기를 그만두려고 하셨다. 중생들은 머리로 이해하는 즉, 교리적으로 말하면 ‘식’으로 헤아리는 것 밖에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해도 안 되고, 하지 않아도 안 되는 이 마음 공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음 공부(불법공부)는 특정한 방법이 없다. 특정한 방법만이 옳다고 고집한다면 그것은 방편에 치우친 것이다. 진정한 스승은 ‘이렇게 해라’거나 ‘이 방식으로 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이 꼼짝 못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의식이 할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6식을 묶어 두는 것이다.
화두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알음알이(識), 지식이 꽉 막히게 만들어, 그 알음알이의 차원, 범부의 식의 차원에서 곧장 의식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다. 화두야말로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방법 없는 방법이고, 길 없는 길이다. 그러니 이 공부를 하려면 각오를 해야 한다. 길 없는 길로 나아가야 하고, 방법은 없지만 깨달아야 한다. 꽉 막힐 각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을 거부할 각오, 방법 없는 방법에서 버틸 각오, 생각을 쓰지 않을 각오, 모든 격식에서 탈피할 각오, 그런 각오와 발심만 있다면 마음 공부를 시작할 이제 아주 작은 기초를 놓은 것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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