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 법, 도, 불, 심)은 지금 여기 눈 앞에 있다
어떤 학인이 만공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불법은 어디에 있습니까?” “네 눈 앞에 있느니라” “눈 앞에 있는데 왜 저는 보지 못합니까?”
“너에게 너라는 상이 있기 때문이다. “스님께서는 눈 앞에 있는 불법을 보셨습니까?” “너만 있어도 안 보이는데 나까지 있다면 더욱 보지 못한다”
“저도 없고 스님도 없으면 볼 수 있겠습니까?” “나도 없고 너도 없는데 눈 앞에 있는 불법을 보려고 하는 자는 누구냐?”
만공 선사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불법은 어디에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 눈 앞에 있다고 합니다. 임제스님의 입처개진, 마조스님의 입처즉진, 승조스님의 즉사이진, 석두스님의 촉목회도, 그리고 경봉스님의 목격도존이 모두 바로 지금 여기 눈 앞에, 목전에 도가 있고 진리가 있고 불법이 있음을 설하는 표현입니다.
장자도 ‘도무소부재’라고 하여 도는 있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선에서는 불법이라는 진리가 전혀 숨겨져 있지 않고 눈 앞에 환하게 드러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도 저 만공선사와 학인의 대화에서처럼 ‘불법이 눈 앞에 있다면 왜 나는 보지 못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공스님께서는 눈 앞에 있는 불법, 도, 진리를 보지 못하는 그 이유를 ‘너라는 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를 금강경에서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초기경전에서는 오온, 십이처, 십팔계가 공한 것임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온무아라는 것이지요. 즉 나라는 오온이 무아로 실체가 없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내가 실체가 있는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온을 나라고 여깁니다. 오온인 몸, 느낌, 생각, 의지, 의식을 나라고 여깁니다. 수상행식은 생각과 느낌을 바탕으로 의도를 일으키고 그것을 의식이 헤아려 분별해 아는 마음을 나라고 여긴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나’라는 아상이 있으면, ‘나’를 구성하는 요소인 수상행식 즉 느낌, 생각, 의도를 종합해서 의식이 헤아려서 분별심을 일으키게 됩니다. 즉 ‘나’라는 생각의 핵심이 바로 식온, 즉 알음알이, 분별심입니다.
사람들이 지금 여기 눈 앞에 드러나 있는 불법, 도, 진리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나라고 여기는 생각, 즉 분별심 , 알음알이, 식(識)때문입니다. 아상과 분별심으로 인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눈 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분별심이라는 망상에 걸러서 보기 때문에, 사실은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분별심, 망상을 보는 것일 뿐입니다.
학인이 스님께서는 논 앞에 있는 불법, 도, 진리를 보셨느냐고 따져 묻자 만공스님께서는 ‘너만 있어도 안 보이는데 나까지 있다면 더욱 보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아상만 있어도 못 보는데, 인상까지 있다면 더욱 볼 수 없습니다. 나다 너다 하고 분별하고 구분하는 마음이 바로 분별심입니다. 나와 너로 나누고, 중생과 부처로 나누어 놓고 어리석은 내가 열심히 수행하여 깨달은 부처가 되어야겠다라는 마음이 바로 어리석은 분별심이고, 바로 이 분별심 때문에 눈 앞에 있는, 불법, 도, 진리를 보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나도 없고 스님도 없으면 불법, 도, 진리를 볼 수 있겠습니까?’라는 물음에 만공스님은 ‘나도 없고 너도 없는데 불법, 도, 진리를 보려고 하는 자 누구냐?’고 묻고 계십니다.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중생도 없고, 부처도 없다면 누가 깨닫고 누가 수행을 하겠습니까? 중생이 깨달아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중생인 부처가 본래 이미 부처임을 확인하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는 나도 없고 너도 없고, 부처도 중생도 없고, 성품도 성품을 보는 자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는 그저 텅 비어 공할 뿐이지만, 다만 방편으로 불법, 도, 진리라고 그렇게 이름지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품을 보려고 발심을 합니다. 이뭣고 하고 끊임없이 살핍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보려고 하는 자, 그 자를 돌이켜 보십시오. 보려는 자는 누구입니까?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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