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락의 감정은 내 마음의 그림자일 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선명상 아카데미’ 제4강
‘내 마음 감정의 뿌리를 알아야 좋은 기분을 가진다’
현상에 감정 붙을수록 업 두터워져…윤회하는 나비효과
5~6차 산업혁명·문명의 발달에도 괴로움 사라지지 않아
그림자 명상…“감정에 끄달리기보다 그림자로 생각해야”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에 기반한 선명상의 요체를 알리기 위해 사회리더를 대상으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선명상 아카데미 제4강이 7월 16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열렸다. ‘내 마음 감정의 뿌리를 알아야 좋은 기분을 가진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진우 스님은 “과학과 문명이 발달해도 감정덩어리(업)로 인한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업을 그림자로 여기고 명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4번째 이어지는 진우 스님의 강의를 요약해 지면으로 전한다. 편집자
첫 번째 강의에서는 괴로움의 원인, 두 번째 강의에서는 괴로움의 모습, 세 번째 강의에서는 현상, 존재에 대해 설명했다. 앞 시간에도 얘기했듯이 현상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매일 현상에 끄달려 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육근(六根)으로 육경(六境), 대상들을 인지하는데 여기에 감정도 함께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 따라 감정은 그야말로 천차만별로 움직인다.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하지 않는가.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하는데 우리는 감정을 거기다 얹어버린다. 보이는 것에, 들리는 것에 감정을 얹어버리니까 엄청난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오류는 분별이 된다. 분별은 업이 되고 업은 다시 감정노동이 된다.
좋은 감정이 생기면 불행한 감정이 반드시 생기게 되고, 또 감정의 진폭이 커져버리면 극단적으로 좋아하고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인과가 발생된다.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생기는 감정, 특히 극단적 감정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감정의 고리를 끊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좀 더 쉽게 표현하면 괴로움을 없애는 그런 중요한 요소이다.
눈이 있고 바라보는 대상만 있으면 그냥 있는 그대로 보게 되지만, 거기에 식이 붙기 때문에 괴로움이 발생된다. 즉 나의 주관적인 인식이 붙어서 비교가 발생한다. 대소, 상하 등 비교 대상이 생기고 공간적으로는 동서남북 등 방향이 생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가치가 별로 없다. 공간이 나뉘고 크기가 나뉜다 한들 내 마음이 편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업은 분별 감정에서 돌고 도는 인과이기에 기분 좋고 나쁜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소위 업장 소멸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고락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고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예술, 사업 등 본인의 선택에 의해 본인이 좋으려고 하는 것처럼 선명상도 선택이다.
문제는 감정 덩어리다. 감정 덩어리는 좋고 나쁜 기분으로, 이 감정이 왔다 갔다할 뿐 나머지는 조건지어져 있다.
좋고 나쁨, 긍정·부정, 선·악, 시비, 바른 것과 삿된 것 등의 분별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이러한 감정이 고착화되면 이게 소위 잠재의식으로 바뀌고 내생에 이어지게 된다. 현상은 이런 것들이 중첩된 중중무진이다. 업친 데 덥친격으로 비교할 것이 없는데 비교해 오류가 생긴다. 이에 내 감정이 요동을 치고 반복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부처님께서 조건 지어진 현상을 공이라 하셨다. 그 이유는 깨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티끌만큼도 기분 나쁘거나 괴롭지 않다. 육근, 육경, 육식이 일체화 된것이라 볼 수 있다. 실상에 감정을 제거하고 그대로 보는 것. 결국 내 감정 덩어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귀결된다.
나의 감정 덩어리 ‘고락’이라고 하는 인과, 분별만 제거한다면 시공이 사라진다.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현상에 대해 규정 짓거나 분별적인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너무나 편한 상태가 된다. 이것을 깨침의 상태라고 본다. 이렇듯 현상을 똑바로 보고 괴로움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선명상의 과정이다.
살다보면 늙고, 병들고, 가족에 우환이 생기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 별별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불교적으로 보면 이러한 현상들은 계속 변하고 움직인다. 항상하지 않기 때문에 실체가 없다. 우리가 거기에 아상·인상·중생상에 의해 끄달릴 뿐이지 결국 없는 것이다.
본인이 어떻게 살든지는 솔직히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쁘고 괴로운 것을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 성공하고, 바라는게 성취되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에 기뻐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여기에는 분명 대가가 따른다. 해가 뜨면 지고, 썰물과 밀물이 있듯이 감정도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기뻤다면 그만큼의 인과가 생긴다.
현상에 나의 인식이 붙고, 거기에서 또 나의 고락을 일으키는 게 반복된다. 감정덩어리가 나를 만들고 나를 만든 그 육경을 다시 이원화시켜서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오류를 범한다. 거기서 괴리가 생겨 나오는 게 괴로움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새로운 5·6차 산업혁명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괴로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괴로움 감정에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강의에선 5초 우선 멈춤 명상을, 두 번째 강의에서는 무시로 5분 명상을 소개했다. 이어 지나가리라(Shall pass) 명상을 소개하겠다. 불교에서 말하듯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힘든 순간도 다 지나가게 된다. 때로는 그때 왜 그랬을까, 왜 못참았을까, 마음을 졸였을까 등등 나중에 생각할 때가 많다. 웬만해선 어려움도, 힘든 것도 지나가고 결국 이 몸도 지나가게 돼 있다. 그렇기에 이 감정 덩어리만 처리하면 된다.
우리가 영혼·영가라고 얘기하는 것도 유정, 감정덩어리다. 이는 곧 업이다. 내생에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태어나든, 천상에 태어나도 삼악도에 태어나더라도 감정덩어리는 함께한다. 윤회하는 시간과 공간을 멈추기 위해서는 업 덩어리를 제거해야한다. 선명상을 통해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
오늘은 그림자 명상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해석이 필요한데, 현상은 일체유심조 만법유식으로 내 안에서 다 나오고 내가 나를 본다고 했다. 미운 사람이 있으면 내 안에 미운 업식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처님은 무엇을 봐도 좋고, 싫은 것이 없다. 그저 평안할 뿐이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슬픈 것도 감정덩어리(업)가 있어서다. 본인이 스스로 이거 아니면 안된다고 설정을 하니까 거기에 조금 못 미치면 스스로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결국 괴로움은 본인의 법칙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감정을 항상 나의 그림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진우 스님에게 질문 있습니다]
질문 1) 연령대가 높은 분들에게 스님께서 알려주신 ‘무시로 명상’을 알려드렸는데, 노보살님들은 명상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합니다. 오히려 몸이 경직되고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보살님들께 맞춤 선명상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진우 스님) 절에는 특히 연령층이 높은 신도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오히려 수행해오신 방법대로 하는 게 더 좋습니다. 선명상은 염불, 좌선, 호흡명상, 독경 등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선택하면 됩니다. 누워서도, 앉아서도 어떤 자세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집중하기에 더 쉽습니다.
질문 2) 6년간 10번의 수술과 항암을 거치며 신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아픔의 시간이 다 지난 후인 지금에서야 불안감과 우울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어떻게 하면 괴로움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을까요.
진우 스님) 괴롭다 느껴질수록 ‘우선 멈춤’ ‘무시로 명상’ ‘지나가리라’ ‘그림자 명상’을 실천해야 합니다. 역사에서도 전쟁의 시대가 있고, 태평성대가 있듯 세상에는 고락의 리듬이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고락도 리드미컬합니다. 지금 신체적으로나 마음적으로 괴롭울 때 ‘괴로움의 업이 발동하고 있구나’ 생각한다면 괴로움은 금방 사라질 것 입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38호 / 2024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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