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하는데 자신이 부족하고 근기가 낮다고 느끼는 분들
불자들을 보면, 보통 스스로 ‘나는 근기가 낮아서 이번 생은 열심히 복이나 짓고 기도나 하고 다음 생에는 출가해서 꼭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말들을 하시는 것을 봅니다.
얼핏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근기가 높다거나 낮다거나 하는 것을 오랫동안 앉아서 좌선을 잘 하거나, 남들보다 더 열심히 수행하고, 남들보다 더 초인적인 능력과 지구력으로 선방에 버티고 있는 것을 근기가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그런 것이 근기가 높은 것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근기는 요즘 사회에서 사람들의 능력을 재듯이 그런 방식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서야 좋은 대학가기 위해 열심히 지식 공부를 잘 하는 사람, 운동에 소질이 많은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뭐 그런 사람이 근기가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세간적인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불교공부 마음공부도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 불교공부는 출세간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이기 때문에, 수행의 근기를 세간적인 능력으로 파악하려고 하면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공부에서 말하는 근기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깨달을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 소수의 엘리트, 특권층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그것을 불법이라고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불법을 공부한다고 해서 특별한 능력을 얻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고동안에 없던 무슨 대단한 어떤 것을 성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상심이 도라고 하듯이, 지금 이렇게 누구에게나 본래 이미 주어져 있고, 지금 이렇게 언제나 누구나 쓰고 있는 이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애를 써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남보다 먼저 성취해 낼 수 있겠지만, 마음공부는 애써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미 본래 주어져 있는 것을 다만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공부, 깨달음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마음공부하는데 근기가 낮은 사람은 없습니다. 내 스스로 나는 근기가 낮아서 깨달음은 나에게는 너무 먼 일이라고 여기는 바로 그 생각이 자신의 근기를 낮게 만드는 유일한 주범일 뿐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3000배도 안 해 봤고, 선방에서 참선이나 안거도 안 해봤고, 매일 경전독송을 몇 시간씩 앉아서 하거나, 염불을 몇 시간씩 해서 염불삼매에 빠져본 적도 없다고 해서 자신이 근기가 낮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에서 근기가 높다는 것은 오히려 이 불법에, 이 출세간의 마음공부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서 좌우되는 것입니다. 출세간의 깨달음에 더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세간에서 말하는 성공, 돈, 재물, 명예, 권력, 지위, 이성 같은 것에 더 관심이 많은지가 근기가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세간의 깨달음, 마음공부, 견성, 수행보다는 세간 속에서 해야 할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고, 사랑도 해야 하고, 뭐 이런 식으로 삶의 관심사가 온통 세간적인 것에만 있는 사람이라면 출세간의 깨달음, 견성, 마음공부에는 그만큼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능력이 없어도, 수행을 잘 못해도, 불교대학을 안 나왔어도, 학력이 낮아도, 오랫동안 앉아있지 못해도, 3,000배를 안 해 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것이 근기가 낮은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더 간절하게 이 출세간의 깨달음, 마음공부에 관심이 있느냐, 얼마나 세간보다 출세간에 더 뜻을 두고 있느냐 그것이 근기를 좌우하고, 그것이 이 마음공부의 진척을 좌우하는 열쇠인 것입니다.
깨달음, 마음공부는 몸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기에 오래 앉거나 절을 잘 하거나 그런 것과도 상관이 없고, 무위법이기에 노력이나 조작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서 남들보다 더 잘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공부입니다. 다만 더 이 출세간의 깨달음에 간절한 뜻이 있고, 발심이 있고, 목마름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이 공부에 근기가 높은 사람이고, 이 공부를 끝마칠 수행자인 것입니다. 근기가 정해져 있다고 여기지 마세요. 간절한 당신이야말로 이 공부를 할 사람입니다.
글쓴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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