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기 중 6번째 지분 촉(觸)
육입(六入)을 조건으로 해서 촉(觸) 이 있다. 촉(觸)은 육입을 ‘나’라고 생각하면서 나에 의해 접촉되는 것들이 외부에 실제로 ‘있다’는 착각을 하는 허망한 의식이다. 식과 명색과 육입, 즉 십팔계가 접촉하는 것, 인연따라 화합하는 것이 바로 촉이다. 촉을 촉입처(觸入處)라고도 부르며, 입처( 入處) 란 곧 허망한 의식임을 뜻한다.
내가[육입 = 육내입처] 대상을[명색 = 육외입처] 보자마자[촉=접촉] 의식[육식]이 생겨나는 과정은 연기적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눈으로 색을 보는 접촉, 귀로 소리를 듣는 접촉 내지 뜻으로 생각을 일으키는 접촉을 ‘촉’이라고 하며, 이러한 접촉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허망한 의식을 일으킨다.
이 촉입처 또한 멸해야할 허망한 의식이다. 촉을 멸한다는 것은 눈으로 대상을 보지도 않고, 의식하지도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접촉을 하지만 접촉하는 무언가가 실재 존재한다는 허망한 착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사실로써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지라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일 수도 있고, 환영을 본 것일 수도 있다. 귀로 똑똑히 들었다고 할지라도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전날 밤에 길을 걷다가 뱀을 보고 놀라 먼 길로 돌아갔는데, 그 다음 날 보니 그것이 새끼줄이었다면, 그 뱀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다. 단지 그렇게 내가 실제라고 보고 접촉했다고 해서 실제로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촉(觸) 또한 허망한 의식일 뿐이며, 소멸해야 할 의식이다. 촉입처가 소멸하면 우리는 눈으로 보았다고 해서 다 있다고 착각하지 않을 것이다.
촉입처가 멸하면, 실체화하는 허망한 착각이 사라지기에, 12연기의 촉 다음 지분인 ‘수(受)-애(愛)-취(取)’ 즉 느낌과 애욕과 집착이 연이어 무성하게 생겨나는 것을 차단시킨다. 실재 존재한다는 착각 때문에 느낌, 애욕, 취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재가 아님을 알면 수-애-취 또한 연이어 소멸되게 된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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