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사군이 혜능스님께 물었다.
“스님! 제가 보니 승속(僧俗)이 모두 아미타불을 암송하면서 서방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들이 정말 서방정토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이 맞습니까? 저에게 설하여 주십시오.”
혜능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 석가세존께서는 사위성에 계실 때 서방정토를 말씀하셨는데 경전에서는 ‘서방정토 그곳은 멀리 있지 않다’라고 밝히셨습니다.
서방정토가 멀다고 말한 것은 하근기에게 말하는 것이고, 서방정토가 가깝다는 것은 상근기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두 종류의 근기가 있으니 진리에는 두 가지가 없습니다.
어리석은 이는 염불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바라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다만 마음을 깨끗이 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가 청정하다’고 하셨습니다. 동방 사람이라도 마음이 깨끗하면 죄가 없지만, 서방 정토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죄가 있는 것입니다.
범부는 어리석어 자성을 깨닫지 못하여 자기 안의 극락(서방)정토를 알지 못하고 동방으로 가기를 원하고 서방으로 가기를 원하지만, 깨달은 자는 어디에 있든 같은 곳에 있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본래의 성품을 보아 늘 올바르면 서방정토에 도달하는 것이 마치 손가락 튕기는 것과 같으니 곧장 아미타불을 친견할 것입니다.
부처님 자성 속에서 이루어지니, 자신 바깥에서 서방정토를 찾지 마십시오. 자성에 미혹하면 중생이고 자성을 깨달으면 부처입니다.
다만 마음이 깨끗하기만 하면, 곧장 자성의 서방정토입니다.
✔ 육조단경은 당시 전통적으로 해석되던 수많은 방편과 불교 용어들, 신행 방식들을 과감하게 타파해 준다. 육조스님께서 그 당시 관행처럼 이어지던 많은 방편들을 타파해 주는 것을 보면, 신기하게도 오늘날 우리들이 전통과 관습, 혹은 불법이라고 여기며 사로잡혀 있는 지금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지금도 똑같이 아미타불의 서방정토 왕생신앙은 현재진행형이다. 염불하면 극락에 태어난다는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으면 신심이 약한 수행자로 오해 받는다.
왕생과 좌선이며, 선정이며, 삼귀의며, 사홍서원 등 수많은 불교의 용어와 수행법들이 지금도 그 때처럼 똑같이 방편에 치우쳐서 그 방편을 있는 그대로 믿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육조단경』은 그 당시의 고리타분한 낡아빠진 경전이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오늘날 우리들에게 정확히 필요한 것을 현대적으로 놀랍게 설해주실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뿐이다.
올바른 대선지식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내려와 이제는 누구도 깨부술 생각도 못하는 수많은 방편들을 가차 없이 깨부수고 타파해 준다. 그것이 바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뗏목을 버리지 못하면 저 언덕에 이를 수 없다. 손가락에만 집착해 있으면 달을 볼 수 없다.
육조스님의 파사현정 법문을 들어보자.
“어리석은 사람은 염불하여 극락에 왕생하기를 바라지만, 깨달은 사람은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합니다.”
지금 이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마음이 곧 극락정토다. 『유마경』의 ‘심청정 국토청정(心淸淨 國土淸淨)’, 마음이 청정해지면 곧 불국토가 청정해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어찌 극락정토가 서방에만 있겠는가? 참된 극락은 어떤 특정한 ‘곳’이 아니다. 여기가 곧 거기이고, 시공이 전부 하나의 자성이며, 하나의 부처일 뿐인데, 이곳과 저곳을 나눈다는 것은 하나의 분별이요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래서 스님은 ‘동방의 사람이라도 마음만 청정하면 죄가 없지만, 비록 서방의 사람이라도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면 당연히 죄가 있다’고 설하신다. 법에는, 진리에는 동방, 서방이 없다. 시간과 공간이 전부 하나의 자성일 뿐인데, 무엇을 나눌 수 있단 말인가?
자성을 깨달으면 어디 있든지 있는 그곳이 곧 극락(서방정토)이다. 마음에 분별망상이 없기만 하면 서방정토가 곧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러나 분별망상으로 아무리 염불한들 극락(서방정토)에 왕생할 수 있겠는가? 결코 왕생할 수 없다.
염불만 하면 무조건 왕생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방편일 뿐이다. 방편이란 다른 말로 하면 거짓말이란 뜻이다. 그래서 임시방편이라고 한다. 임시적으로 그 상황에서만 잠깐 용납이 될 뿐, 영원불변한 진리는 아닌 것이다.
아직도 서방정토가 진짜로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논쟁은 큰 관심거리다. 진짜로 서방정토 그 곳에 가면 아미타부처님께서 우리를 깨달음으로 이끄시는 것일까? 서방은 현실의 우주 지도에서 어디쯤에 있을까?
서방정토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분별망상만 사라지면 곧장 지금 여기 우리 눈앞에 서방정토가 펼쳐진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서방정토를 벗어난 적이 없다. 아미타 부처님 또한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빼고 어디에서 서방정토 아미타부처님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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