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10

죽음이 없는 삶은 깊이가 없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두 날개를 달고 태어났건만 어째서 평생 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느냐? 죽음이 없는 삶은 깊이가 없다. 죽음이 삶에 깊이 녹아들면 자기원칙(自己原則)이 생긴다. 자기원칙이 생기면 살면서 항상 죽음을 배제하지 않고 죽음을 떠올리며 살게 된다. 삶을 살더라도 자신이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않게 된다. 삶을 마음껏 즐기면서도 삶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게 되면 죽음은 자신의 그림자, 자기 존재의 일부분, 자기 시각의 일부가 된다. 이제 그대는 죽음을 그대의 삶에 완전하게 받아들였다. 이제 자기원칙(自己原則)이 확고하게 생겨난 것이다. 이제 그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삶은 살아간다는 것의 유일한 목표가 ..

“살기 위해서 죽고, 죽기 위해서 산다"

“살기 위해서 죽고, 죽기 위해서 산다" 두 노인의 무관심과 조롱으로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애원을 해보기로 했다. “어르신 제가 춥고 피곤해서 두 분을 성가시게 하지도 못할 겁니다. 저도 사랑의 즐거움을 맛본 적이 있습니다. 성대한 사랑의 순간을 위해서 제 지팡이와 이 동굴을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저한테 등불을 주지 않겠다고 하시니 제가 이 동굴을 나가서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저는 지금 방향감각과 균형감각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산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 제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야 정상에 도달하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간절한 애원과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철학이란 살면서 죽음을 연습하는 것

[삶과 문화] 철학이란 살면서 죽음을 연습하는 것 입력 2020.07.26. 22:00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자살 예방 목적으로 설치된 펜스와 문구. 류효진 기자 오랜 기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경험은 예전에 진료했던 분들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다. 면담 시,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호소하거나 삶에 더 이상의 의미나 미련이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은 그나마 세심한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정신과를 방문하지 않는 분들은 아무래도 자살위험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5년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물론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삶이 너무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