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고 흩어지는 인연(因緣)으로 인연(因緣)이 다했다는 것은 곧 ‘조건(條件)’이 다했다는 의미 앞집 할머니가 건넨 서양난에 수많은 조건 · 인연이 모여 있어 무수한 조건들 나열할 수 없어 속제로서 ‘꽃’이라 이름할 뿐 윤회는 모였던 조건들이 흩어지고 다른 조건으로 다시 모이는 것 그림=허재경 수천 년 동안 고유한 문화를 간직해 온 우리 불가(佛家)에는 멋들어진 말들이 많다. 도량, 시방, 할방처럼 같은 한자어도 달리 발음하여 흥취를 더하지만, 표현 자체가 처음부터 색다른 것도 있다. 그 가운데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지혜를 담고 있는 것들도 많다. ‘인연(因緣)이 모여 이 일이 성사되었습니다’ ‘인연(因緣)이 다했습니다’와 같은 표현에는 현대서양 분석철학의 논의를 이미 담아두고 있는 듯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