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의 YESS 출시 기자간담회 도중 백종진 한컴 사장은 '맞춤 오피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따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름아닌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간접 주문에서 비롯됐다는 것.
백종진 사장
백 사장이 밝히는 사연인즉 이렇다. 2년전, 청와대 국무회의 시간. 모 부처 국장이 업무보고를 올리고 있었고, 노 대통령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면서 국장에게 지시할 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평소에 소프트웨어에 정통하기로 소문난 노 대통령 아닌가. 즉석에서 파워포인트의 아쉬운 기능에 대한 제안을 옆 자리에 앉은 장관에게 얘기했다. "파워포인트 문서 빈 공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메모지가 뜨고, 해당 페이지 지시 내용을 곧바로 입력하면 더 편리할 텐데요."
마침 국내 전시회 참가차 전시회장에 나가 있던 백 사장을 장관이 다음날 찾아왔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말로 노 대통령의 제안을 얘기했다. 백 사장은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두 달 안에 원하시는 기능을 만들어드리죠."
한 달 뒤 백 사장은 해당 기능을 더한 '한컴 슬라이드'를 자세한 사용설명서와 함께 장관에게 전달했다.
다음 해 다른 전시회가 열렸을 때 노 대통령이 때마침 한컴 부스를 방문했다. 백 사장은 그 자리에서 '한컴 슬라이드'를 띄워 노 대통령이 주문했던 메모 기능을 시연했다. 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대만족하며 정부 주요 부처에서 '한컴 슬라이드'를 업무보고용으로 쓰길 권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로 한컴 직원들은 이 제품을 '한컴 슬라이드 프레지던트(대통령) 버전'이라 우스개삼아 불렀다는 것.
백종진 사장은 "그 때 이용자의 요구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맞춤 서비스가 토종 기업의 경쟁력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YESS 출시도 따지고 보면 그 일을 계기로 구상하게 된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