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의 생가 떠들만한 이유 있더군요. (서프라이즈 / 숲의절망 / 2008-10-18)
봉하마을을 두고 웰빙숲이다, 아방궁이다. 시끄럽습니다. 하여 얼마나 잘해 놓았기에 저리도 시끄럽나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님 생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전직 대통령의 생가이기에 어느 정도의 격을 갖추는 건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요즘 국민들의 삶이 어떻습니까? 10년 전 외환위기보다 백배 천 배는 더 어렵고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런 국민들을 누구보다 보듬어주고 함께 아파해줘 야할 전직 대통령님께서 생가를 저렇듯 화려한 장판에 고풍스러운 벽지로 치장해놓고 방문객들을 맞는 것은 내가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님을 존경하는 사람이라지만 이건 좀 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가을 수확을 앞둔 봉하의 들녘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웰빙 들녘입니다. 그동안 오리농법으로 화제가 되었고 1명당 3킬로씩 5천 명을 추첨하여 판매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 또한 '봉하오리 쌀' 맛이나 보겠다고 신청은 했습니다만 워낙 많은 분들의 신청으로 5천 명 안에 들기가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앵글에 다 잡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쭈욱 뻗은 웰빙 들녘이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천 톤의 쌀이 나올법한데 3킬로씩 겨우 5천명에게만 판매 한다니, 저 많은 쌀 혼자서 드시지는 않을 것이고 벼 베기가 없는 웰빙 들녘으로 사용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노무현 대통령님을 뵙겠다고 뉴욕에서 봉하마을로 날아오셨군요. 얼마나 그리웠으면 뉴욕에서 봉하마을까지 달려왔을까. 사진을 보며 한편으로는 제 맘도 짠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니지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인 고통으로 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국민들에게 전직 대통령님으로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은 주지 못할망정 이런 장면들로 국민들을 자꾸 울리니 말입니다.
해지는 저녁의 봉하마을입니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지요… 장사는 안 되지요… 요즘 문을 닫은 상가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가끔 동네 밤거리를 나가보면 두 집 건너 불 꺼진 상가들로 가을밤 거리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죽음의 거리가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붉게 물들인 봉하 마을의 저 가을 하늘이 저를 절망케 합니다. 노을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저 붉은 노을을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조명 시설이 필요할 텐데 거기에 엄청난 돈을 퍼부었을 거로 생각하니 하루하루를 걱정으로 사는 저 같은 사람은 화려함이 아니라 허탈감으로 다가오는 건 어찌하지 못하겠습니다.
늦게까지 방문객들로 붐비는 봉하마을입니다.
현직에 계실 땐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그렇게 욕해대던 분들이 오직 노무현 대통령 얼굴 한번 보겠다고 봉하마을로 몰려듭니다. 아니 이제는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너도나도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제 눈에는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 많은 사람들이 오지인 봉하마을에 다녀가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경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겁니다.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더더욱 어렵게 하는 일은 아닐까요?
기차를 못 다니게 하든 도로를 폐쇄하든 아니면 철조망을 치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봉하마을에 방문객들이 오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요즘 국민들은 사상 유례가 없는 주식 폭락에 달러 모으기 운동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봉하마을은 밤마다 별이란 별은 다 켜놓고 있답니다.
꼭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치장해놓고 호화 생활을 해야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격에 어울리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더군요.
매일 밤마다 별을 켜 놓으면 누진세까지 붙어 그 전기세 만만치 않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 많은 돈 어디서 어떻게 충당이 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
'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사족
'한나라당의 개콘'에 모두가 비웃어도 봉하마을에 가보지도 못하고 쿨링팬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일부 어르신 고개 끄덕인답니다.
무식하면 혼자만 용감하면 될 것인데…… 여러 사람 몸이 피곤해지는 것 같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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