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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언어습관 중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 특히 서양문화권 사람들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중의 하나가 氣일 것이다. 우리는 말을 배우면서부터 氣라는 단어를 익혀왔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뜻을 몰라도 심정적으로 누구에게나 그 뜻이 통한다. 또한 문화적 전통을 살펴보아도 氣를 빼고는 그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氣는 한국 문화를 특징짓는 단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상 氣는 무척이나 오랜 세월 동안 쓰여온 단어이기 때문에 氣를 현대과학적으로 해석하려 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마도 현대과학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 에너지가 아니라 氣라는 낱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재로서는 현대과학이 우주를 좀더 설득력 있게 그리고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명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를 수단으로 하여 氣를 이해하고자 시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대과학적 개념을 앞세워 氣를 이해하려고 하면 현대과학의 틀 안에 氣의 개념이 고착될 우려가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氣 자체에 대한 개념을 간략하게 먼저 살펴보고 나서 이에 부합하는 개념을 현대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겠다. 이를 통하여 양쪽의 개념이 좀더 쉽게 이해가 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된다면 학문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氣의 개념
최근 들어 중국에서 氣가 다시 주목을 끌게 된 배경 중에는 1980년대에 개혁개방이 이루어진 이후 대중적으로 氣功의 붐이 확산된 데에도 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대토론이 벌어졌을 때 주역과 기공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된 데에도 있으며 이 현상은 周易熱과 氣功熱이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이들은 중국 의학의 氣이론과 현대과학의 물질론은 서로 궤를 달리하는 세계관이고 이들을 융합하는 방도를 찾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했다. 중국의 현황을 보면 철학적 관점에서의 氣개념보다도 실제적인 실체로서의 氣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의학적 응용방안으로서의 氣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퍼지고 있는 氣 수련에 대한 열기도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철학적 의미보다는 氣의 실제적인 측면에서의 실용성에 집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양철학에서의 氣는 역사가 오랜 만큼 그 개념도 폭넓게 쓰여왔다. 사실상 동양철학에서 氣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를 철학적 용어로 이해하고 있다. 동양철학에서 氣라는 용어가 쓰인 예를 살펴보면 워낙 그 범위가 넓어서 엄밀하게 그 뜻을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철학의 속성상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그 의미도 많이 바뀌어왔다.
중국에서의 흐름을 보면 秦 이전에는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널리 쓰였고 그 다음으로 음양의 氣, 천지의 氣처럼 자연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쓰였으며 세상 만물을 이루는 기본 質料와 五行의 氣라고 하는 개념도 있었다. 진한시대에는 음양과 오행의 이론이 전개되면서 元氣의 개념이 등장한다. 송, 명, 청대의 元氣에는 초월자적인 개념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 이것은 스스로 내재해 있는 힘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는 자연철학적인 氣로 바뀌어갔다.
우리 나라의 경우를 보면 조선조의 이퇴계와 이율곡, 그리고 서화담 간의 理氣一元論과 理氣二元論에 대한 논쟁은 유명하며 이것은 노장사상에서 연유한다. 성리학에서는 氣에 대한 논의가 도덕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氣의 개념이 철학적 사변적 방향으로 흐른다. 형이상은 理의 세계이고 형이하의 세계는 氣의 세계로 보며 氣의 세계는 헤아릴 수 있는 세계라고 했다. 인간의 도덕문제를 다루면서 발달된 氣개념을 자연문제에도 투사하려 한 것이 성리학의 특징이다. 성리학자들이 도덕적 개념의 氣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려 했다면 조선 후기의 최한기는 氣學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자연의 氣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을 종합하려 시도했다. 최한기는 세계는 氣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서 倫理와 物理는 다른 것으로서 윤리문제에서 출발한 理개념을 물리적 세계로까지 확장하는 성리학의 논리를 비판했다. 특히 물질과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虛卽氣] 전체와 부분을 연속적으로 보는[形卽氣] 세계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한기는 理在氣中이라 하여 氣가 理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신과학적 입장에서 본 세계관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理와 氣의 개념에 대해 보다 더 근원적인 내용을 《三一神誥》에서 찾아볼 수 있다. 《三一神誥》에서는 氣와 一氣를 구분하고 있는데 우주 만물은 一氣에서 일어나며 그 작용은 心, 氣, 身의 셋으로 나누어져 이루어진다고 했다. 一氣는 본디 비었으면서[虛] 극성이 없는 것인데 여기에서 양극으로 갈라지면서 만물이 나온다고 함으로써 우주의 근원인 氣를 물질적 개념의 질료가 아니라 파동적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든 물질은 無極의 에너지장이 음양으로 나뉘어 출렁이면서 파도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에너지의 작용에 의해 드러나게 되는 心, 氣, 身은 각기 理, 氣, 機에 해당한다고 보며 이것은 우주의 운행을 理와 氣만으로 설명하는 성리학보다도 더 합리적이다. 비유하여 설명한다면 컴퓨터가 움직이려면 소프트웨어[理], 하드웨어[機], 그리고 전기 에너지[氣]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몸[身]이라는 하드웨어가 있고 여기에 마음[心]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생기[氣]라는 에너지가 같이 있어야 살아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살아 움직이는 우주 만물에도 氣가 가득 차 있다고 보게 된다.
또한 氣에는 淸濁이 있는데 맑으면 오래 살고 탁하면 일찍 죽으며, 따라서 氣는 生死門이라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氣가 생명을 유지하는 동력원이라는 개념을 유추할 수 있으며 동시에 청탁이라고 하는 質의 개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과학에서 에너지에는 量의 개념만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또한 心, 氣, 身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작동하는 컴퓨터에서 이들 셋을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氣에는 마음의 정보가 항상 같이 실려 다닌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氣에 실린 정보를 제어하면 氣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氣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氣는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근원이며 파동과 같은 속성이 있다. 둘째, 氣에는 量만이 아니라 質의 개념이 있어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다. 셋째, 氣는 대기에 충만해 있으며 만물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이들 속성에 해당하는 개념을 현대과학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인가 검토하여 보자.
氣에 대한 현대과학적 해석
●우주 만물의 근원
현대과학의 발전사를 보면 20세기는 가히 혁명적인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현대과학의 기초가 된 뉴턴 역학에서는 세계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이 이론에 따라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질료인 소립자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 전개되어왔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빛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빛이 입자와 파동의 양 특성을 동시에 나타낸다는 기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를 물질론적 세계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물리학자들은 노력 끝에 양자역학을 전개하게 된다. 뉴턴 역학에서는 빈 공간이 있고 공간 안에 기본입자가 있다고 가정했는데 양자역학에서는 공간이 에너지의 바다이며 그 자체가 뭉쳐서 입자가 나타난다고 하는 이론이 제안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공간이 하나의 에너지장이며 무수히 많은 입자와 반입자들이 생성되었다가 소멸되고 있으며 이를 영점 에너지Zero point energy라고 부르고 있다. 이 설명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로서 수소원자 스펙트럼의 천이Lamb shift, 그리고 카시미르 힘Casimir force을 들고 있다. 그야말로 一氣의 개념과 부합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데이비드 봄은 이에서 더 나아가 우주는 홀로그램과 같은 영상이며 이를 물질적 실체로 보는 것은 인간의 감각기관에서 일어나는 착각이라는 혁명적인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氣가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色卽是空의 개념이 그대로 전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모든 사물은 다만 에너지가 파동치고 있는 것이어서 空한 것이다 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IBM에서는 입체 팩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곳에 있는 물체를 실타래 풀어내듯이 어떻게 꼬여 있는지 정보를 알아낸 다음에 이를 전송하면 받은 쪽에서는 공간에 가득한 에너지를 실타래 정보에 따라 엮어낸다고 하는 내용이다. 결국 우주는 하나의 기운일 뿐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물질을 이러한 개념에 따라 설명한다면 공간에 가득 찬 에너지[一氣]가 양자정보에 따라 뭉쳐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정보전달체
氣는 에너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강약이라는 양의 개념만이 아니라 질의 개념도 있다고 했다. 현대과학에서는 아직도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샤우버거는 자연을 직접 관찰하면서 평생을 보냈는데, 그는 우주에서 작동하는 에너지에는 두 가지가 있음을 밝혀내었다. 그 하나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원심성의 에너지이고 다른 하나는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구심성의 에너지이다. 이것은 곧 에너지에 질이 있다고 하는 것과 다름아니며 한의학에서 말하는 生氣와 邪氣의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원심성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측면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경파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샤우버거는 20세기 전반기에 이미 예언한 바 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심성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의 개발에 눈떠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氣는 단순한 동력원으로서만이 아니라 정보전달체로서의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의 전달은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에너지 상태로 이루어지며 구미에서는이를 미약 에너지subtle energy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현대과학에서는 이미 생체가 매우 미약한 에너지장을 이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까지 밝힌 바 있다.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생체광자bio-photon이다. DNA조차 이를 이용하여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 미약 정보에 따라서 세포가 죽기도 한다는 실험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앞으로는 수술이나 항암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미약 정보를 이용하여 인체의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약 정보의 전달 기구에 대해서는 최근 러시아에서 발표되고 있는 회전장torsion field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우 미약하지만 정보가 실려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증폭되어 결과적으로 에너지의 흐름과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원심성과 구심성의 에너지 특성을 가름하는 것도 회전장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회전장이 氣, 혹은 프라나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만물의 연결고리
氣의 개념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만물은 氣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셸드레이크가 주장하는 형태형성장의 개념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매개체로서 氣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태계에 대한 연구에서 종종 보고되는 자체조절기능도 氣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상제어에 대한 실험에서 보면 고깔모양의 기하학적 형상을 이용하여 비가 오게 하는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이것도 대기중에 가득 차서 만물을 연결하는 氣 에너지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만물은 一氣에서 일어난 존재이면서 氣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이 관점은 신과학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세계는 물질론적 세계관에서 말하는 것처럼 분리되어 있는 존재들의 단순조합체가 아니라 뗄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는 세계관이 氣의 개념에 이미 구현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질론적 세계관에서는 세계를 정적인 존재로 보았으나 신과학에서는 동적인 존재로 보는데 그 동력원이 氣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氣學的 세계관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뉴 패러다임의 선봉장
氣에 대한 현대과학적 해석에서 가장 타당한 접근은 에너지 개념일 것이다. 사실상 에너지의 속성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으나 역설적이게도 에너지 자체가 과연 무엇인가physical reality에 대해서는 물리학계에서도 아직 명쾌하게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氣의 개념을 통해 에너지의 물리적 실체가 명료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氣는 파동적 특성이 있으며 따라서 물질처럼 주거나 뺏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파와 같아서 감응하거나 못하거나 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전파를 수신하듯이 감응하면 氣에 실린 정보의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어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기공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물체에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파동 주파수의 공명에 의한 현상으로 추정된다.
기공사가 생체나 물질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바인데 최근에는 미국의 재료관련 학술잡지(Mat. Res. Innovat.)에 논문이 발표될 정도에 이르고 있다. 氣(Ki)라는 낱말을 키워드로 하는 논문이 의학계 학술지에서만 보였으나 이제는 非생명체를 다루는 재료학술지에도 실릴 정도로 그 연구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뇌 과학에서도 이미 뇌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접근의 한계를 인식하고 의식 자체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 분야는 의식과학consciousness science으로 불리고 있다. 의식[心]을 연구하려면 氣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氣에 대한 연구는 필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볼 때 氣를 구시대적인 유물로 보거나 혹은 수련문화에서나 다루는 것이지 어찌 이것이 과학의 대상이 되겠는가 하고 방치하다가는 어느 날 뒤통수를 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21세기에는 과학기술사에서 유물론적 세계관을 벗어나는 혁명적인 진보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우리의 氣철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잘 연구하여 과학화하면 선진국들보다 앞서 새로운 과학기술문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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