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꽃을 드니 빙긋이 웃는다 (월호스님의 선어록의 향기)

장백산-1 2011. 3. 24. 12:26

꽃을 드니 빙긋이 웃는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말에 떨어지면 꽃을 드시니

빙긋이 웃은 일이 모두 교의 자취만 될 것이고,

마음에서 얻으면 세상의 온갖 거친 잡담이라도

모두 경전 밖에 따로 전한 선의 취지가 될 것이다.

                                                                                                          - <선가귀감 6>

주해(註解): 법은 이름이 없으므로 말로써 미치지 못하고, 법은 모양이 없으므로 생각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

무엇이나 말해 보려 한다면 벌써 본마음을 잃은 것이고, 본마음을 잃으면 세존께서 꽃을 드신 것이나

가섭존자의 미소가 모두 죽어버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음으로 얻은 사람에게는 장꾼들의 잡담이라도 다 요긴한 설법이 될 뿐 아니라,

새의 지저귐까지도 실상에 깊이 통달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적선사는 통곡하는 소리를 듣고 깨쳐 춤추고 기뻐하였으며,

보수선사는 거리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을 보고 참 면목을 깨쳤다.

 

법은 모양 없고 ‘말’ 미치지 않아

장꾼들의 잡담도 요긴한 설법 돼


이는 선과 교의 깊고 얕음을 밝힌 것이다.

송(頌): 밝은 구슬 손에 들고/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사족(蛇足): 숲을 볼 것인가, 나무를 볼 것인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붙들고 시비를 일삼는 이가 있다.

예컨대,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던가? 긴 코가 코끼린가, 통나무 같은 다리가 코끼린가,

커다란 몸통이 코끼린가, 가느다란 꼬리가 코끼린가?

코끼리를 전체적으로 보기 전까지는 긴 코는 코끼리가 아니다. 통나무 같은 다리도 코끼리가 아니다.

커다란 몸통도 코끼리가 아니다. 가느다란 꼬리도 코끼리가 아니다.

어느 한 부분을 잡아서 말하더라도 모두 코끼리가 아니다.

하지만 코끼리를 전체적으로 본 후에는 긴 코도 코끼리다. 통나무 같은 다리도 코끼리다.

커다란 몸통도 코끼리다. 가느다란 꼬리도 코끼리다.

어떤 부분을 잡아서 말해도 모두 다 코끼리다. 코끼리 아닌 것이 없다.

마조의 법을 이은 반산 보적선사는 어느 날 거리에 나가 장례식 행렬을 보게 되었다.

그때 상주가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문득 깨쳤다. 남들은 통곡을 하는데 그는 혼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기뻐했다.

보수선사가 공부할 때, 하루는 방장화상이 그에게 물었다.

“부모가 낳기 전 너의 본래면목이 어떤 것이냐?” 그는 대답을 못했다.

어느 날 거리에 나갔다가 웬 사람들이 주먹다짐을 하며 싸운 끝에 “참으로 면목이 없네” 하는 말을 듣고 크게 깨쳤다.

두 선사가 모두 길거리에서 깨친 것이다. 좌선을 하며 앉아있다 깨친 것도 아니요, 경전을 읽다가 깨친 것도 아니다.

단지 길거리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깨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깨친 것일까?

하나는 통곡하는 소리를 듣고 깨쳤고, 하나는 면목이 없다는 말을 듣고 깨쳤다.

통곡하는 소리와 면목이 없다는 소리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둘 다 본래면목을 드러내주는 표현일까?

숲을 보고 나면 본래면목 아닌 것이 없다. 숲을 보지 못하면 어떤 것도 본래면목이 아니다.

아직 본래면목을 보지 못했다면 어서 길거리에 나가 볼 일이다.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출처 : 석가모니불
글쓴이 : 동다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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