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월호스님의 선어록의 향기)自性은 백지수표와 같아

장백산-1 2011. 3. 25. 12:40

自性은 백지수표와 같아


“도 배우는 이들이여!

제방에서는 닦을 도가 있고 깨칠 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대들은 무슨 법을 깨치며 무슨 도를 닦는다고 말하는가?

그대들이 지금 작용하는 곳에 무슨 모자람이 있으며,

어떤 점을 보완한다고 하는 것인가?”

                                                                                                 - <임제록> -

자수성가한 재벌아버지를 둔 두 아들이 있었다. 한 아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 마침내 큰 재벌이 되었다. 나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홀로 온갖 역경을 거쳐서 큰 재벌이 되리라.”

다른 아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 마침내 큰 재벌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지원을 흠뻑 받아 대학교, 대학원, 내지는 해외유학까지 다녀오고,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국가적 재벌기업을 세계적인 대재벌그룹으로 만들 것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위의 두 아들 가운데 어떤 아들을 대견해할 것인가?

부처님은 홀로 난행고행을 거쳐 어렵사리 깨우쳐 성불하였다. <법화경>에서는 부처님을 중생들의 아버지로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은 아버지요, 중생은 아들이라, 아버지처럼 어려운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유산을 활용할 것인가?


옹졸한 사람은 헐값을 써 넣고

대범한 이는 가치 충분히 ‘활용’


부처님은 선언하셨다. 모든 중생들이 이미 불성을 갖추고 있다고. 불성(佛性)이란 부처가 될 가능성이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희망적인 선언이 아닐 수 없다. 부처도 될 수 있는데, 무언들 될 수 없으랴? 보살도 될 수 있고, 신(神)도 될 수 있으며, 인간도 될 수 있고, 축생도 될 수 있다. 내가 선택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자성(自性)이야말로 저마다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이것은 마치 백지수표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써넣을 수가 있다. 얼마를 써넣느냐 하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작게 치면 작게 나고 크게 치면 크게 나는 종소리와 마찬가지로, 옹졸한 마음을 쓰고 사는 사람은 헐값을 써넣을 것이며, 대범한 마음을 쓰고 사는 사람은 귀중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주어진 수표를 잘 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다시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재산을 형성해서 수표를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미 부처님 아버지께서 우리 모두에게 백지수표를 물려주셨기 때문이다. 다만 적절히 활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크고 밝고 완전한 마음가짐으로.

또한 몸과 마음이 아무리 찌들고 오염된 것 같아도, 본래성품은 전혀 변화가 없다. 수표가 구겨지거나 오염되었다하더라도 여전히 그 가치에는 변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성은 공성(空性)이다. 텅 비어있기 때문에 무엇으로든 채울 수가 있다.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이제부터 도를 닦아 언젠가 법을 깨쳐서 아버지처럼 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유산을 십분 활용해 다만 이 몸과 마음을 잘 써나갈 것인가?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출처 : 석가모니불
글쓴이 : 동다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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