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월호스님의 선어록의 향기) 시비분별 쉬면 지혜와 자비 샘솟아

장백산-1 2011. 3. 25. 12:58

시비분별 쉬면 지혜와 자비 샘솟아


“혹 화두를 들어도 들리지 아니하거든, 연거푸 세 번 들면 즉시 힘을 얻을 것이요,

혹 심신이 피로하고 지쳐 마음이 불안하거든,

조용히 땅으로 내려와 한동안 거닐다가 다시 포단에 앉아 본래 참구하던 화두를 가지고

전과 같이 밀고 나가도록 하라.”

                                                                              ―<선관책진(禪關策進)> -

참선이라 하면 보통 좌선을 생각한다. 하지만 앉아서 공부에 장애를 느낄 시에는 서서 다니며 공부해도 무방한 것이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오로지 서서 다니며 화두를 참구해서 깨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선종결의집(禪宗決疑集)>의 저자인 원나라 단운지철(斷雲智徹, 1309~?) 선사는 성상(聖像) 앞에 향을 사르고 3년을 죽기로 한정하고 이렇게 서원하였다고 한다.

“제가 만약 나태하여 앉거나 눕고자 하여 몸을 자리나 평상에 붙인다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어지이다.”

이로부터 밤낮으로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배회하였다. 두 끼의 공양 때에만 자리에 앉았을 뿐, 그밖에 차를 마시는 경우에도 역시 발을 멈추지 않았으며, 도우(道友)나 시주가 방문했을 때에도 또한 맞이하는 법이 없었다. 말은 일체 절제하였다. 단지 ‘만법귀일 일귀하처’화두만을 향하여 간절히 의심을 지어갈 뿐이었다. 이처럼 아침에 죽 먹을 때와 점심에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일체 앉거나 기대지도 않고 화두를 참구하여 다만 의정(疑情)만이 마음속에서 분명한 무심삼매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두는 행주좌와 어묵동정

언제 어디서나 들 수 있어


<선요(禪要)>의 저자인 고봉화상도 거의 3년이 되도록 두 끼니의 죽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리에 앉지 않았고, 피곤할 때에도 자리에 기대지 않고서 밤낮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다니며 무자(無字) 화두만을 참구했다고 한다.

이 외에 <선관책진(禪關策進)>의 독봉계선(毒峰季善) 선사도 정진할 때에 눕는 곳을 만들지 아니하고, 다만 한 개의 걸상만을 놓고 정진하여 필경 깨침으로 법칙을 삼았다고 한다. 하루 저녁에는 졸다가 밤중이 된 것도 몰랐는데, 깨어서는 마침내 걸상마저 치우고 주야로 서서 다니며 참구하였다. 한번은 벽에 기대어 졸은 지라, 그 후로는 ‘내 다시는 벽에도 기대지 않는다’고 맹세하고 빈 땅 위를 홀로 걸으며 각고의 정진을 하여 마침내 대자유를 얻었다 한다.

좌선은 한 마디로 수마(睡魔)와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걸어 다니며 정진하는 것은 대체로 혼침이 심할 때에 주로 잠을 쫓고자 쓰는 방법이다. 물론 걸어 다니면서 조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잠깐뿐이고, 앉아 수행하는 것보다는 훨씬 잠을 쫓기에 수월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흔치 않은 예이지만, 이상과 같이 전적으로 서서 걸어 다니며 수행해 깨친 예가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화두는 행주좌와 어묵동정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으며, 또 들어야 한다. 간화선의 본래 취지는 생활선이다. 화두를 통해 분별심이 쉬어질수록 오히려 분별력은 향상된다. 시비분별이 쉰 자리에 지혜와 자비가 샘솟는 것이다.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출처 : 석가모니불
글쓴이 : 동다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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