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6-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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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암사 적멸보궁]
세간의 일은 헛된 환상 일 뿐 구경의 법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헛된 환상에서는 업을 지을 때도 환상이고, 과보를 받을 때도 환상이며, 깨닫는다는 것도 환상이고 어리석음도 환상이며,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환상이다.
이제 이러한 허물을 알았다면 환상의 약으로 다시 환상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 또한 병이 다 나아 약을 치우더라도 다만 옛날 그 사람일 뿐이다.
[서장]
세상사의 모든 법은 일체가 다 환상이기 때문에 구경의 법이라고 할 수 없다.
육도 윤회로 괴로워 하는 중생 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환상일 뿐, 본래 실상에 있어서는 한 번도 어두운 적이 없고, 괴로워하는 중생인 적도 없으며, 윤회라는 말도 다 환상일 뿐 실상이 아니다.
다만 본래 성품이 인연따라 헛개비 처럼 나툴 뿐이다.
내가 있어 업도 짓고 그 업에 대한 과보도 받는다고 여기고 있지만 그 또한 환상의 놀음일 뿐 제법의 실상은 업을 짓고 받고 하는 일도 없다.
내가 없는데 업을 짓고 받는 주체가 있겠는가. 중생이 있으니 부처라는 분별이 생겨나고, 어리석음이 있으니 깨달음이라는 분별도 생기고, 생사가 있으니 열반도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
본래의 입장에서는 한 법도 일어난 적이 없으므로 따로이 거두어 들일 것도 없고, 깨달을 것도 없다.
본래 자리 참성품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분별과 대립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별심을 놓으라고 하고, 집착을 놓으라고 하고, 방하착 하라고 하는 말은 이러한 허물을 알았으므로 환상의 약으로 환상의 병을 치료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수행하는 사람은 수행하면서도 내가 수행한다는 생각도 없어야 하고, 분별과 집착을 놓으면서도 놓는다는 생각이 없어야 하며, 방하착 한다거나 깨닫겠다거나 하는 상이 없어야 한다.
수행한다는 말도, 방하착 한다는 말도 결국에는 환상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환상의 약이기 때문이다.
수행도, 깨달음도, 방하착도, 무분별도 다 환상이라는 것을 알아서 한 치 머무름 없이 실천해야 한다.
실천한다는 상도 없이 함이 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놓는다는 생각도 없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이 없이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들 다만 옛 사람 그대로일 뿐, 따로이 깨달은 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병이 나아 약을 치우더라도 여전히 다만 옛날 그 사람일 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