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동백꽃----문정희

장백산-1 2012. 2. 9. 09:10

 

 

동백꽃/문정희

                                                                                                       <사진:2011년 12월 해운대 동백꽃> 초심.

 

 

 

동백꽃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르는

피 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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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집"나는 문이다"[문학에디션 ]에서

 

사람이 건 꽃이 건 가장 아름다울 때 그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용기다

 동백꽃이 아름다운 것은 추위 속에 피어나 꽃봉우리 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순간 모든 것을 체념한 것과 같이 땅에 덜어져서도 그 꽃의 자태가 의연하다

그런 동백꽃을 보고 시인은 완벽주의자라 하였다

어떤 순간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는 마음이 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독하다고 말한다

우리들 삶 속에서도 동백꽃 지듯 몰려오는 아픔들이 수 없이 많다

그 아픔들이 동백꽃 같은 뜨거운 말들이였다 

 동백꽃 지는 날에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시인께서는 엿듣고 있는 듯 하다

 

 

초심님이 올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