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작약꽃과 산운마을의 아름다운 옛집과 정원
남녘의 매화꽃 향기로부터 시작된 봄날이
그 마지막을 목단꽃과 작약꽃으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못내 겨웠던 최후의 비장함 드러내려는듯
꽃들의 향기와 빛깔이 오월의 산하를 붉게 물들이는 곳이 있습니다
지난 겨울 추위로 봄날의 이상 고온으로 가슴조려왔던 여린 꽃들이
의성들판에 5월의 신부처럼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목단이나 작약꽃은
쓸쓸한 고향집 어머니의 텃밭을 지켜주던 꽃입니다.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으로 귀족들의 정원에 심어졌지만
부와 영화가 하늘나라 얘기처럼 멀었던
가난한 백성의 어머니들에게도
가족들의 다복을 기원하던 마음이 담겨 있는 꽃입니다.
경북 내륙 깊숙이 숨어 있는 여행지 의성 땅에는
오월이면 수만 송이의 작약꽃이 피어납니다.
찔레꽃 흐드러진 들녘의 사래 긴 밭에
잊혀진 왕국 조문국의 왕릉으로 이어진 길에
꽃들은 떠나가는 봄날의 마지막을 배웅하듯
화사하고 향기 그윽한 축제의 날을 펼쳐냅니다
그 길을 걸어 돌담길과 옛집의 아름다운
흰구름의 마을 산운에 들어
무진년 봄, 꽃과 함께 떠돌았던 시간들을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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