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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했던 그해 봄, 노무현의 '마지막 육성' 공개

장백산-1 2012. 5. 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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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했던 그해 봄, 노무현 ‘마지막 육성’ 공개

"담배 하나 주게"의 의미는… “나는 산맥 없는 봉화산 같은 존재,

고달픈 삶으로 돌아왔다”

[0호] 2012년 05월 21일 (월)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담배하나 주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이 공개됐다. ‘노무현재단’은 21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2009년 5월 19일 참모들과의 대화 내용 등을 공개했다. 마지막 육성은 5월 23일 서거일 불과 4일 전의 발언 내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5월 ‘참혹한 봄’을 보냈다. 검찰의 ‘정치 수사’ 논란 속에 확인, 미확인 주장이 뉴스로 둔갑해 언론에 쏟아졌다. 내용의 대부분은 전직 대통령을 망신 주는 내용,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이들은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는 ‘인격살인’의 내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음을 선택하기 마지막 한 달여 동안 참담한 자신의 심경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이 희망을 품을 비전과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출처-노무현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22일 홈페이지에 참담한 자신의 심경을 전하면서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된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발언한 육성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제가 알고 모르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고 다 내 불찰이요. 난 봉화산 같은 존재, 산맥이 없어, 봉화산은 큰 산맥에 연결된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홀로 서 있는 돌출된 산이야. 새로운 삶을 목표로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것은 이곳을 떠나기 전에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왔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참담한 심경, 삶을 초월한 것 같은 고독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는 산맥이 없는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발언한 즈음 언론에서는 이른바 ‘박연차 시계’ 논란을 보도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이어갔다. 보수언론, 진보언론 예외가 없었다.

 

정보를 흘린(?) 검찰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서려 했지만, 오히려 냉랭한 시선을 자초했을 뿐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쪽에서는 “검찰이 언론에 흘린 비열한 짓이다.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일인데 노 전 대통령을 망신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출처-노무현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실상 기댈 곳이 없었다. 언론은 이미 그에게 ‘유죄’라는 낙인을 찍었고, 이는 진보성향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언론은 경쟁적으로 인격살인 보도를 이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하기 9일 전인 5월 14일 녹음된 육성을 보면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이 중심추”라면서 “시민의 역할은 더 좋은 놈(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고, 덜 나쁜 놈(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에 대한 도덕성이나 신뢰나 다 있지만, 그가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4일 전 참모에게 “담배 하나 주게…”라고 말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삶의 마감을 준비하는 이의 착잡함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에 담긴 의미를 체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민의 역할’,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모습 때문이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은 <나는 꼼수다> 나꼼수 스튜디오 ‘벙커1’에서 녹음됐으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의 공동사회로 진행됐다.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과 <나는 개새끼입니다> 저자이자 ‘노무현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정철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했다.

 

노무현 재단은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팟캐스트를 들으려면 ‘아이튠즈’에서 키워드 ‘노무현’으로 검색하거나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을 클릭하면 된다. ‘아이블러그’에 개설된 노무현재단 채널을 이용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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