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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새로움만 있다면

장백산-1 2014. 12. 11. 12:55

 

 

 

 

매 순간 새로움만 있다면|불교방송 다시듣기

 

 

 

매 순간 새로움만 있다면

 

 

 

당신은 어제의 당신이 아니다. 어릴 적 당신이 아니며, 작년의 당신이 아니다.

물론 우리의 관념에서는 갓난 아이일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라는 그 어떤 실체가 지속된다고 여기겠지만,

그런 生覺은 그저 錯覺일 뿐이고 虛妄한 妄想일 뿐이다.

 

諸行無常, 이 세상 모든 것은 단 한 순간도 멈추어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대물리학에서는 微粒子들은 순간순간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하는데,

미립자들의 전형적인 壽命은 10-23승 秒라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쉽게 말하면

미립자의 생명과 1초와의 비는 1초와 약 300조 년의 비와 같은 것이다.

300조 년은 지구 역사의 60만배이며 우주 역사의 20만 배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다.

말 그대로 미립자의 차원에서의 이 세상 모든 것들은 生成 卽時 消滅하는 것이다.

 

사람도, 물건도, 세상도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변하지 않는 것 같고,

어제와 동일한 세상이 오늘도 펼쳐져 있으며,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도 다시 만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오늘 만나는 사람과 세상은 난생 처음 보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의 意識이 錯覺해서, 어떤 독립적인 실체가 시간을 따라 지속되는 듯이 보이겠지만

사실 모든 존재는 언제나 새로울 수밖에 없다. 어제와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전혀 새로운 낯선 세상을 살며, 매 순간 전혀 다른 어머니, 아버지, 자식, 아내를 만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連結되는 무언가는 있다. 어제 지은 업의 과보를 오늘 받는다.

그러나 업을 짓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근원에서 본다면 같다고 할 수도 없고, 다르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업보는 있되, 작자는 없다라고 말한다. 업과 보의 흐름은 있으나, 짓고 받는 자라는

실체적 존재가 따로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어제와 오늘 만나는 사람이나 대상을 똑같다고 여기는 것은 왜 그럴까? 우리는 매 순간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난다고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날것으로 있는 그대로 마주하지 못한다.

세상을 내 色眼鏡, 觀念, 意識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서 認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경험은 온전한 경험이 되지 못한 채, 거짓된 自己 觀念에 걸러진 불완전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모든 虛妄한 錯覺 속의 經驗과 情報들이 우리 안에 記憶되고 貯藏된다. 물론 저장될 때는 그 대상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좋고 나쁜 分別을 덮어 씌운 뒤에 그 대상에 대한 感情도 함께 저장된다.

 

그러다가 훗날 다시 그와 비슷한 대상을 만나게 될 때, 습관적 무의식적 자동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검색해내어

현재의 대상과 과거의 기억 속 대상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과거에 이름 짓고 相으로 기억된 모든 것들은 이처럼

현재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서 자동적으로 과거에 보았던 노을을 떠올리며 노을이라고 동일시하고,

다 아는 것이고, 이미 경험한 것이기에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만남은 전혀

새롭지 못하다. 늘 낡은 것, 과거의 것의 지루한 반복일 뿐이다. 사실 삶도, 만남도, 사람도, 세상도 모두가

항상 새로운 것인데 우리의 판단은 늘 낡은 것이며, 다 아는 것으로 남는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分別心이 만들어내는 虛妄한 妄想이다. 分別心은 언제나 보이고 들리는 모든 대상들을

차별하고 나누고 비교한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이것과 저것을 나누며, 너와 나를 차별하고, 좋고 나쁜 것을

둘로 나눈다. 그러면서 전체성인 하나의 바탕인 우주법계를 둘로 셋으로 나누고 쪼개는 분별을 일으키는 것이다.

본래는 하나가 곧 全切요 全切가 곧 하나이지만, 우리의 虛妄한 意識에서는 따로따로 나누고 쪼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와 같은 차별심과 과거와의 同一視로 因해 우리의 삶은 지루하고, 새롭지 못하며, 깨어남이 더딘 것이다.

매 순간 새롭게 바라보고, 천연스럽게 눈 앞의 현실과 만나게 될 때, 세상은 곧장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아무런 분별 없이 세상을 마주하게 될 때  매 순간의 모든 경험 자체가 곧 性稟을 보는 것, 즉 견성이 될 것이다.

 

내 눈 앞의 그 한 사람을 난생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만나 보라. 난생 처음 보는 꽃과 하늘과 바람처럼 느껴보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