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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

장백산-1 2015. 7. 27. 21:15

 

 

 

 

 

늙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    

 

 

 

 

 

 

 늙어가는 것, 죽어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 있는 존재에게 있어 얼마나 큰 괴로움인가.

역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늙지 않으려고 애를 써 왔고, 불노장생의 꿈을 꾸어 왔지만 인류 역사상 단

한 사람도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난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늙지 않기 위한 염원을 반영하듯, 세상에서는 온갖 의학과 과학적 지식을 총 동원하여 늙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온갖 노화방지 약품과 물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나아가 젊어지기 위한 온갖 종류의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늙지 않으려는, 늙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피나는 노력이겠지만 그 모든 노력은 三法印

이라는 眞理 앞에서 허망한 짓이 되고 만다. 누구나 늙을 수밖에 없고, 나이 들어 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無常하여 變化할 수밖에 없으며, 그 어떤 사람에게도 젊음은 固定되어 있지 못하다는

事實이 無娥의 理致이다.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노고(老苦)다. 늙지 않으

려고 발버둥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老妄이다.

 

三法印의 眞實을 받아들이는 자는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늙어간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진리다운 여법한 삶의 모습이다.

 

사실 늙어가는 현상, 썩는 현상은 아름다운 현상이다. 늙고 썩지 않는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사람은

늙어가고, 物質은 썩어가고 부식되고 부패되어 감으로써 이 세상은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우리들

또한 새로운 삶의 준비를 위해 다음 생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의 시대는 늙은 사람이 이 사회에 온전히 설 수 없는 처량한 시대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나이

든 어른이 계셔서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지혜가 부족할 때에는 항상 어르신의 삶의 지혜를 배우며

살아갔다. 나이가 들더라도 죽기 전날까지 온 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고, 내 스스로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갔다.

 

계절의 운행에 맞춰 농사짓고, 지혜를 키워가며,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산 어르신들은 수행자의 그것처럼

이나 지혜가 밝고 총기어린 그 마을의 정신적인 지도자였다. 인생의 이치를 받아들이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모습 속에 늙지 않으려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노망(老妄)스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골을 버리고 모두 도시로 떠나면서 도시 노인들은 갈 곳도 잃고 일터도 잃었다. 경제발전

과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층은 두터워졌고, 각종의 노인문제, 노령화 문제를 안게

되었다.

 

도시의 노인들은 경제적 고충과 고독감, 무력감, 병고 등으로 인해 더욱 괴로워지고 개인주의적이고 서구적

인 문화가 도입되면서 노인 공경과 봉양의 윤리적 가치는 사라졌으며,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의 분화는 독거

노인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더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리석은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늙는 괴로움

을 더욱 더 아프고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차피 우린 누구나 늙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이며, 아름다운 현상이다. 

이 세상(世上)의 진리(眞理)는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라는 자연의 이치(理致)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은 늙어가는 것을, 변해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

고 인정하며 완전히 수용하는 것이다.

 

존재의 소멸을 인정하라. 늙어감을 수용하고 나이듦의 지긋한 향기를 즐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