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두려워 말고 저질러 보라

장백산-1 2015. 7. 29. 20:58

 

 

두려워 말고 저질러 보라

 

 

 

 

 

 

 

 

제가 대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늦은 저녁에 누군가가 자취방 문을 두드리더군요.

문을 열었더니, 대학 선배였는데, 그렇지 않아도 얼마간 학교에서 보이지 않아 궁금해 하던

선배였지요. 그런데 개량한복을 입고 머리를 삭발한 채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내일

아침 출가하러 절에 들어간다는 것이었지요.

 

저희는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었고, 다음날 함께 버스를 타고 절로 가고 있었습니다.

선배의 마지막 세속을 떠나는 모습을 축복해주고 배웅해 주고 싶어 함께한 것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더니 말을 걸어오는 거였어요.

 

“같이 가자!” 하고 말이지요. 피식 웃으며, 모르는 척 하고는

 

“같이 가고 있잖아요.” 라고 했더니, 웃으며 그게 아니고 함께 출가하자는 겁니다.

어차피 너도 언젠가는 출가할거고, 그 인연이 지금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출가는 오래 고민하고 떠나면 안 되고, 인연이 닿을 때 그저 한생각 돌이켜 저지르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물론 저는 멋쩍게 웃으며 ‘장난치지 말라’며 웃고 말았지요.

 

그리고는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5분 정도가 지났을까요?

이번에는 제가 선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선배, 같이 갑시다!”

 

선배는 당신이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뭐? ... 지... 진짜?”야 라며 놀라면서 아니라고, 그냥 농담 한 걸 뭐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였느냐고

하데요. 그러나 저는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배의 ‘출가는 재고 계산하는게 아니라 분별

없이 저지르는 것’이라는 그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또한 제 안에는 언젠가부터 分別과 生覺을 많이 하는 것 보다는 마음 날 때 먼저 저지르고 그 뒷일은

宇宙法界에 내맡기며 사는 방식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함께 절로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저의 출가는 2년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지요. 그 또한

내맡김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면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대학시절, 재미있던 에피소드지요.

 

인도 여행 중에 만난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두 분이 손 꼭 잡고 직접 걸망을 짊어지고 기차표를 끊으며 배낭여행을 다니고 계셨지요. 그 분들께서는

세월이 지나고 났더니 젊었을 때 꼭 해보고 싶었지만 잘못되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쩌지, 남들이 이상하

게 보면 어쩌지 하는 등등의 재고 계산하는 마음 때문에 해 보지 못한 것들이 가장 후회가 되더라고 하시

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젊었을 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최대한 많이 실천해 보고, 저질러보고, 여행도 떠나보고,

도전도 하고 실패도 해 보았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 두 분께서는 그런 후회만 하다가 지금도 늦지 않았

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여행을 떠나오셨다고 하시데요.

 

우리는 남들의 시선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혹은 온갖 계산하고 분별하는 생각들 때문에

하고는 싶지만 선뜻 저질러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인생이란 경험과 도전 속에서, 실패와 역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저질러 봄으로써 직접 삶 속으로 뛰어들어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삶의 목적일 것입니다.

삶이라는 아름다운 가능성의 장이 열려 있는데도 그 속에 뛰어들어 저질러보고, 경험해보고, 느껴보고,

만져 보고, 도전해 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무뎌지고, 퇴색되며, 정체되고 말 것입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