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장백산-1 2015. 10. 7. 10:25

 

 

|몽지와 릴라          

영가현각 증도가

45.깊은 산에 들어가 고요한 곳에 머무니, 높은 봉우리 깊은 산 큰 소나무 아래로다.
    入深山住蘭若, 岑崟幽邃長松下.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산은 어디인가요?
세상의 소리 아득히 끊어지고, 세상의 온갖 파도 미치지 않는 곳이 어디인가요?
길이 있다면 누군가는 찾아올 것이고, 시간 속의 일이라면 노력하는 자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길도 끊어졌고 시간을 벗어난 곳이라면 세상의 어떤 것도 미치지 못합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곳,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곳, 뛰어난

능력을 가졌든 그렇지 못했든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곳. 바로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는 모양이 없으나 눈앞에 뚜렷하여 달리 길이 있을 수 없습니다.
숨을 들이 쉬는 곳이 바로 이곳이고 숨을 내쉬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시계가 째깍째깍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고, 길이 어디일까? 생각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숨은 스스로가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고, 시계도 스스로가 드러내는 것입니다.
도를 깨닫는 것도 자신이고 깨닫지 못하여 어둠 속을 방황하는 것도 자신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모두 자기의 일이어서 남이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세상속에서 하나의 꿈을 꾸며 하나의 미망과 하나의 깨달음 속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습니다. 오로지 당신일 뿐이니 깨달음도 자기만 할 수 있고 미혹도 자기만 겪는 것입니다.

이 만화경같은 일들이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습니까?
이 꿈같은 파노라마가 어디에서 드러나고 있습니까?
어제도 아니고 오늘도 아니고 내일도 아닙니다.
내 안도 아니고 내 바깥에서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시공간이 열리고 안과 밖이 갈립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온갖 사물과 생각과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습니다.

째깍째깍. 한 호흡 한 호흡 톡탁톡탁. 바로 이것입니다.

드러난 줄기를 따라가면 온갖 세상이 펼쳐지지만 그 근원으로 돌이키면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모든 창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갖 것이 텅빈 채로 가득하고 온갖 것이 고요한 채로 생동하고 있습니다.

무변화가 온갖 변화이고, 멈춤이 곧 움직임이어서, 근본을 돌이키면 한없이

고요하지만 빛깔을 따라가면 멈춰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온 세상이 이러하니 대도시 한복판이 인적 끊긴 깊은 산속이고,

시장통이 어느 누구의 발자취도 가닿지 않은 깊은 바다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당면한 삶이 그렇습니다.한 호흡, 한 걸음, 한 생각,

한 손길에서 다른 일이 없어 고요하지만 온갖 빛깔로 생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