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소림의 봄소식은 여태도 살아있다.

장백산-1 2016. 2. 21. 18:50

 

소림의 봄소식은 여태도 살아있다.
 / 진각혜심
|몽지와 릴라


 


깊은 봄  비질한 절집 뜨락은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하다.
푸른 이끼 위로 진 꽃잎이 떨어져 무늬를 만든다.

세상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스승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진 꽃잎 이끼 위로 하강하듯 그렇게

사뿐히 날렵하게 떠나셨다.
봄 따라 가셨다.

그래도 보라.
맥 놓고 울음조차 잊은 내 코끝을 무심히 간질이는
저녁 바람 끝에 묻은 이 향기를....
소림의 봄소식은 여태도 살아있다.
 


ㅡ보조국사의 입적 소식에 제자 진각혜심 스님 씀



떨어진 꽃잎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코끝 간질이는 봄소식에서 자기를 발견하라.

스승은 육신을 벗으면서도 농담을 하신다.

"이 녀석아, 언제쯤이 되어야 이 커다란 꿈에서 깨어나겠느냐!"

발가벗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나무에서 꽃이 핀다.
너무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꽃은 핏방울처럼 진다.

그럼에도 아무 일이 없다.
太初의 寂滅은 이제껏 허물어진 적이 없다.

ㅡ 몽지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