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人因地而倒者 因地而起

장백산-1 2016. 5. 5. 17:16

인인지이도자 인지이기(人因地而倒者 因地而起) / 법보신문 2013.09.15

 

현실 떠난 정토는 없고 중생 떠나 부처 못 구해

중생이 살고 있는 현실 떠난 불교는 죽은 종교

 
원문: 恭聞하니  人因地而倒者는  因地而起해야 한다.

       공문         인인지이도자     인지이기 

 

       離地求起는 無有是處也이다. (지눌의 정혜결사문)

       이지구기    무유시처야


번역: 삼가 들으니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땅을 떠나 일어나려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불교에서 조계종의 창시자(역사학계 주장)라고도 하고, 중흥조(조계종 종헌)라고 하는 보조 지눌

국사의 ‘정혜결사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다. 지눌 스님이 중국 당나라 때 이통현 거사의 ‘신화엄론’

에 나오는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여, 당시 고려불교를 정법불

교로 바로잡기 위해 선정을 통해 마음을 닦는 결사를 하자는 글인 ‘정혜결사문’을 펼쳐 보인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중국에서 전래된 우리나라 선불교의 원류인 구산선문이 고려 초기까지 형성 발전

되었다가, 고려 무신정권시기에 지눌스님의 정혜결사를 통하여 참선 중심의 선종불교로 전환되었다.

한국불교는 화엄종(법상종, 천태종, 법안종) 중심의 교학불교에서 선종불교인 조계종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일종의 종교개혁이요, 한국사상사의 혁명적인 사건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이 있는 강이나 바다로 가야 한다. 물을 떠나 물고기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이

없는 산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연목구어(緣木求魚)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인 이 세상을 떠난 불국정토가 있을 수 없고, 중생을

떠나서 부처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佛法(부처라는 진리)란 세간(世間)을 떠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간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現象이 우리를

깨치게 하므로  일체의 현상 즉,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모두 불법(부처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라고 한다.

‘마하지관’에서 “세간법을 깊이 알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불법임을 안다”고 하였다.

 

세간의 법 즉,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바로 불법 즉, 부처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죽어 저승에서 서방정토를

찾는 것보다 살아 현실세계에서 극락세계를 구하는 현세 불국토 건설을 주장한 것이다. ‘화엄경’의 가르

침이 “중생이 바로 부처이고, 이 세상이 바로 화엄세계다”고 하였다. 또한 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심불

급중생 시삼무차별)이라고 해서 시비분별하는 중생들의 생각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이 차별이 없다고

했다.

선불교가 황금기를 이루었던 중국의 당송시대에는 방 거사, 왕유, 이통현 거사, 소동파 등 기라성 같은

재가거사들이 깨달음을 이루어 생활불교를 실천했다. 중생이 살고 있는 현실 생활을 떠난 불교는 죽은

종교이다.


‘정혜결사문’에서 땅은 본마음을 象徵하고 있다. 땅이 모든 생명을 지탱해 주듯 본마음이 만물의 근원

이요, 주관자라는 뜻이다. 모든 식물은 땅을 의지하여 산다. 땅은 우리를 지탱해 준다. 잘못해서 넘어진

것도 땅 때문이다. 본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본마음이 어둡고 산란해지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만다.

따라서 본래마음을 떠나서는 헝클어진 문제도 풀 수가 없다.

지눌 스님은 “미혹함과 깨침은 비록 다르지만 모두 한마음(一心)에 의지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한마음을 떠나있는 부처는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마음 외부에 진리가 없고, 마음 외부에서

부처를 찾아서는 결코 찾을 수 없다. 마음을 떠나서 억겁동안 마음이나 부처를 찾아도 마음이나 부처를

찾을 수 없다. 불은 고정된 실체는 없지만 나무를 서로 비비면 불이 나타나듯이 실체가 없는 마음도 마음

속에서 찾으면 나타난다.

인간의 마음은 현실 속에서만 작용한다. 지나간 과거 속에도 찾을 수 없고 오지 않은 미래에도 있을 수

없다. 오직 내 붉은 몸뚱이 속에 내재해 있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한 물건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한마음의 활동이 내 생각이고, 시비 분별하는 내 마음이고, 내 삶의 연속성이고,

내 생명이다. 현실을 떠난 나의 존란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한국불교는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성향이 있다. 현실과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참선과 염불 그리고 간경(看經)과 전법포교는 불교 신행과 수행의 기본이고, 교단이 유지

발전해 나가는 생명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항상 긴장감과 투철함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불교 교단의 안일하고 깜깜한 모습을 바라볼 때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문’의 가르침을

실천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형중 법사,  동대부중 교장, 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