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一期一會) -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뿐이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전혀 새로운 나다.
지나간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 우리 인간들은 지금 여기 이 순간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일기일회(一期一會),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 뿐이다. 一期一會의 이 고마움을 世上과 나누기 위해 우리 人間들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 자체가 우주만물인 것이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幸, 不幸을 피하는 길이다.
인간은 삶을 所有物로 여기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消滅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
간의 있음(beingness)이다.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순간 속에서 살고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순간 속
에서 죽으라.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으라.
우리 인간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餘白)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라.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 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을 하고, 불필요한 말
을 쏟아 내고 있다. 이것은 靈魂의 公害와 같다. 이런 때일수록 本質的인 삶을 살아야 한다. 불필
요하고 하찮은 生覺 妄想 分別을 제쳐 두고 삶의 本質에 마음의 눈을 떠라. 그래야 人間으로 當當
하게 살 수 있다.
무엇을 새롭게 얻었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잃었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도 그때 그곳에서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이 다 한때다. 시련이 우리 앞에 온 것도 다 까닭이 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시련의 그 의미를
안다면 고통스럽지 않다.
삶을 순간순간 맑은 精神으로 지켜보라. 그러면 행복에도 불행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삶을 어떻게 사는가가 다음 生에서의 나를 결정한다. 삶은 人間에게
주어진 길고 어려운 수행의 길,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수행의 길. 매순간순간 우리는 다음 生의 나
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것은 평생 단 한 번 뿐, 一期一會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매 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법정 스님 법문집, <일기일회(一期一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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