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면목인 그 자리에 무슨 명상(名相)을 가진 물건을 용납하랴?
정수2016.08.08. http://cafe.daum.net/truenature/NfI2/862
숭산스님 「도화집」, 발행인 김정길, 홍법원 발행.
제62화 문수(文殊)는 문수, 문희(文喜)는 문희
본래면목인 그 자리에 무슨 명상(名相)을 가진 물건을 용납하랴?
당나라 조정으로부터 자의(紫衣)와 무착선사라는 법호를 받은 항주의 문희(文喜)화상은 일찍이
중국 오대산 금강굴에서 친히 文殊보살을 예배하였다는 전기의 주인공이며 벽암록에는 이 화제
가 一測 公案으로 되어있다.
문희화상이 어느 날 아침 큰 가마솥에다 대중이 공양할 죽을 한 솥 가득히 쑤고 있었다. 김이 모
락모락 올라 부엌 안은 안개가 낀 듯 자욱하게 김이 서리고 그는 큰 주걱으로 땀을 흘리면서 죽을
젓고 있었다. 이 때 그 모락모락 오르는 김 속에서 문득 文殊보살의 거룩한 相이 장엄하게 나타났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희유한 現象인가?
그러나 唯我獨存 頂天立地의 선자(禪子) 문희는 文殊보살의 化身을 보자마자 죽을 젓고 있던 큰
주걱을 들어서 보기 좋게 문수보살의 빰을 철썩! 갈겼다. “야, 문희야, 내가 문수일세. 내가 바로
문수야!” 그 문수보살의 化身이 이처럼 분명히 밝혔으나 문희화상은 또 다시 주걱을 들어 문수보
살의 뺨을 철석! 하고 한 대 더 갈겼다.
그러면서 “文殊는 文殊고, 文喜는 文喜다. 만약 문수보다도 더한 석가모니나 미륵보살이 나타나도
내 이 주걱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라고 크게 꾸짖으니 문수보살의 化身은 다음과 같은 찬탄을
남기고 가마솥에서 피어올라오는 자욱한 김 속으로 홀연 사라지고 말았다. “쓴 오이는 뿌리까지 쓰고,
단 호박은 꼭지까지 달도다. 내 수행삼대겁에 문득 노승의 미움을 받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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