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건의 과학의 눈]
우리 人間은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서울신문 입력2016.08.30. 03:38
기사 내용
120년 전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고갱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뇌에 가득 찬 시기에 순수함이 살아 있던 타히티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렸다. 벌거벗은 채 태어나는 아기와 自然에서의 삶을 위한 노력,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그림으로 파노라마처럼 보여줌으로써 人間이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根本的인 質問을 부각시킨 것이다.
인간은 어디서 왔을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다 보면 結局 ‘宇宙는 어떻게 始作되었는가’라는 빅 히스토리의 처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宇宙와 人類의 歷史를 貫通하는 빅 히스토리의 실마리는 20세기에 들어와서 물리학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게 되었다.
![남순건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남순건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http://t1.daumcdn.net/news/201607/19/seoul/20160719033813781ufaq.jpg)
이를 통해 인간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도 전우주적 역사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빅뱅 후 3초에 만들어진 원자핵들, 38만년쯤 되었을 때 만들어진 수소원자, 3억년쯤부터 별 속에서 핵반응으로 탄소 원소, 산소 원소가 만들어지고 나중에 철 원소가 만들어져 인간의 몸 대부분의 구성 成分이 나타났다. 요오드와 같은 더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수명이 다할 때의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졌다. 결국 人間의 肉身에는 우주의 진화과정 하나하나가 다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根源的인 질문들, 즉 시간과 공간의 紀元이 무엇인지, 물질의 기원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과학자들은 고민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물리법칙 자체의 기원은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다.
생명체인 인간이기에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물리학자 에어빈 슈뢰딩거는 ‘생명은 정보의 집합체’라고 생각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생명현상은 구성요소들의 복잡하면서도 체계적인 관계에서 나타나고 외부와의 정보교환, 구성요소 안에서의 정보의 저장과 전달이라는 답. 생명의 기원과 본질은 우주의 기원보다 더 가깝지만 더 멀게만 느껴진다.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인 탄생, 노화, 질병, 죽음도 生命現象의 根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더 어렵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디로 가는가를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철저한 認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생명현상, 사회현상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르네 데카르트가 설파한 대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 확실한 것은 없다. 눈을 감아도 스스로의 認識이 있는 것이다.
電子나 힉스입자 같은 것들보다도 人間 內面의 意識이 더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意識의 문제는 에드워드 위튼 같은 천재 과학자들마저도 ‘인류의 끝까지 신비롭게 남아 있을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物質 덩어리인 腦에서 어떻게 意識이 창발적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데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맥스 테그마크는 意識을 복잡한 뇌의 신경망에서 나타나는 정보체계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말한다. 물 분자 하나만 놓고 보면 점성을 가진 액체인지 고체인지 의미가 없지만 이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우리가 아는 물이라는 性質을 갖게 되는 것과 흡사하게 새로운 性質이 發現되는 것을 意識이라 여기는 것이다. 반면 크리스토프 코흐는 인간의 몸을 포함한 폭넓은 환경까지 포함한 ‘범신론적’ 意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좀비 영화를 보면서 意識이 과연 무엇인가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지.
과학은 가장 심오한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우수한 지성을 모을 수 있다. 단기적 성과를 얻는 기술의 시녀로서의 과학만으로는 안 된다. 최고의 지성이 人間의 가장 깊은 고뇌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사회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 역대 두 번째로 더웠던 올여름 끝자락에 수학자 힐버트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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