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완전하다
[문]
꿈을 굳이 깨려고 하는 것 보다 꿈인 줄 알면 그냥 상관 안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답]
지금 꿈 속에서 하는 소리요, 꿈 바깥에서 하는 소리요? 이거나 저거나 이러나 저러나 전부 꿈이오.
이 세상 모든 것이 전부 꿈인데 무슨 이 꿈이 낫냐, 저 꿈이 낫냐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오? 오죽하면
밤에는 밤꿈을 꾸고, 낮에는 낮꿈을 꾼다 그러겠소. 왜 그리 말하겠소?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因緣으
로 말미암지 않고 生하고 滅하는 존재(것, 현상, 법)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오.
이 세상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서 생겨나고(生) 사라진다(滅, 死)는 말은 이 세상 모든 것은 독립적으로
스스로만이 지닌 성품, 즉 자체성(自體性)이 없다는 소리요. 물질적인 것(존재, 현상, 법)이 됐건, 심리
적인 것(존재, 法, 현상)이 됐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독립적인 스스로만의 성품,즉 자체의 성품
이 없소. 이 세상 모든 것은 정신적인 것이건 물리적인 것이건 전부 그저 다만 빈 이름, 빈 모양만 오고
가고 하는 거요. 그러니 이 세상 모든 것을 참으로 꿈인 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소. 나쁜 일만 꿈으
로 보는 게 아니고, 나쁜 일 좋은 일 몽땅 꿈인 줄 볼 수 있어야 한단 말이오.
이 세상 모든 것이 몽땅 꿈이라는 말을 행여 이 세상 모든 것을 전부 무시하고 쓸어버리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지 마시오. 이 세상이 몽땅 꿈이요, 환영(幻影)일 뿐인데 ‘누가’ 또 따로 있어서 ‘무엇’을 무시하고
쓸어버리고 집착하고 그러겠소?
바다의 물결과 물거품이 빈 것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물결치고 물거품이 일어나고 있지
않소? 그러니 만법, 이 세상 모든 것이 전부 꿈,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같다는 말을 그 어떤 것
에도 허망하게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알아들어야지, ‘꿈이기 때문에 이러는 게 저러는 것 보다 낫지 않냐’
하는 식의 또 다른 分別이나 是非를 벌일 일이 아니라는 말이오.
우주삼라만상, 이 세상이 모두 꿈이요, 오직 이 세상은 마음뿐이라는 사실, 즉 일체유심조, 만법유식,
삼계유심을 실증적으로 체달한 사람은 더 이상 특별히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마땅히
따라야할 규범이 따로 필요 없소. 그저 저절로 안으로 내공하고 회광반조(廻光返照)하게 돼서 제 마음이
때에 따라 왜 자연스럽지 못하게 흐르고 있는가를 스스로 알 수 있소. 그것으로 족하오. 그것은 반성이니
참회니 하는 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거요.
‘꿈이기 때문에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떻고 저떻고’ 등등은 또 다시 새로운 分別
業을 짓는 거요. 좋은 業이건 나쁜 業이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 온전하고 완전하오.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온전하고 완전하오.
- 현정선원 법정 / 해솔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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