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ㆍ탄핵 사유 사실관계 판단 우선…재판관 진보·보수 구분 무의미
ㆍ법조계선 “범죄 하나만 나와도 파면”…국민 여론도 무시 못해
9일 시작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뿐 아니라 검찰이 발표한 직권남용·강요, 직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 중 하나만 인정돼도 파면 결정이 날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현 탄핵 상황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 재판관들 진보·보수 구분 무의미
헌법재판관은 국회에서 3명을 선출,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 대통령이 3명을 내정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9명의 재판관 중 김이수(옛 민주통합당 추천)·안창호(새누리당 추천)·강일원(여야 합의 선출) 재판관이 국회에서 선출됐다. 현 탄핵심판 구도가 국회의 공격과 대통령의 방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가 의결한 탄핵안에 대해 가장 인용하기 쉬운 입장은 이들 국회 선출 3명의 재판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내정한 세 사람은 박한철(이명박 내정)·서기석(박근혜 내정)·조용호(박근혜 내정) 재판관이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특별법에 위헌의견을 내는 등 체제유지적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사 출신의 서 재판관은 보수로 평가받았지만 재판관이 되면서 중도로 이동했다. 박한철 소장은 2008년 대검 공안부장 시절 광우병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반대의견을 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옷을 벗었다. 박 소장은 평소 정치는 시민의 의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이용훈 지명)·이진성(양승태 지명)·김창종(양승태 지명) 세 재판관은 다수의견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헌재 사건 때마다 변수로 거론되는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은 이번 사건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도 현 시국상황이 어떤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재판관들이 기각의견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중대한 법 위반 하나만 나와도 파면
헌법 제65조 1항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거치면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 파면한다고 정한 상태다. 따라서 박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도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이 관건이 된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위법 수준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파면 결정이 나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한 법 위반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 기각하려면 다 막아야 하지만 인용은 사유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재는 중대성 사유로 5가지를 예시했다. 뇌물수수와 공금횡령 등 부정부패행위,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침해, 국가조직을 이용한 국민 탄압, 국가조직을 이용한 부정선거운동이다. 이 경우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면 파면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헌재가 굳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확인하지 않아도 다른 파면이 가능한 사유가 보인다면 그것부터 판단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한 대기업 강제모금(직권남용·강요), 대통령 연설문이나 청와대 기록 유출(직무상비밀누설) 등 검찰이 최순실씨 등에게 적용한 혐의에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규정된 부분 등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법률 위반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중대성에 대한 판단만 남는데, 박 대통령이 ‘국민의 믿음이 상실’된 현실을 받아들여 헌재가 중대성을 인정할 것이란 설명이 다수설이다.
<곽희양·이혜리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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