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49.
최순실 따라하는 '의료계 최순실' 쇼는 계속될까
박정태 선임기자 입력 2017.02.06 12:02 수정 2017.02.06 12:14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단골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48)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는 최씨와 닮은꼴입니다. 건강 악화를 호소하다 돌연 특별검사팀이 자백을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을 내세워 각종 이권을 챙겼다면 박 대표는 온갖 로비를 무기로 사익을 도모했습니다. 처음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얼굴을 최대한 가린 것도 비슷합니다. 이들의 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오늘은 박 대표 부부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소환됐고, 최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9차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공식 수사 48일째(2월 6일 월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 연기대상감?=안종범(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박 대표는 4일 새벽 0시45분쯤 구속수감됐습니다. 4일 오후 2시20분쯤 구속 이후 처음으로 특검팀에 소환됐습니다. 당초 구속영장이 청구돼 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을 때 얼굴 대부분을 마스크와 목도리로 가리고 눈만 내놓았던 박 대표는 이날 맨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3시15분쯤 대기실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119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죠. 한데 병원에선 ‘정상’이란 진단이 나왔습니다. 이날은 일단 서울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인 5일 오후 2시쯤 박 대표는 다시 특검팀에 소환돼 호송차를 타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취재진이 “호흡곤란 증세 괜찮냐”고 묻자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어제 특검에서 박 대통령 시술을 자백하라고… 아니면 김 원장(남편 김영재 원장)과 저희 직원들을 구속한다고…”라고 주장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습니다. 이에 특검팀은 “조사 시작 전 병원으로 옮겼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최순실씨와 판박이입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처음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두했을 때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목도리를 착용한 채 손으로 입을 가렸습니다. 그러고는 ‘공황장애’를 호소했습니다. 지금은 특검팀 조사에서 ‘폐소공포증’(폐쇄된 공간에 대한 공포증)을 호소하며 휴식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5일 SNS를 통해 “최순실이 지금 와서 폐소공포증? 연기 정말 잘한다. 배우해도 되겠다”며 비꼬았습니다. 최씨는 한동안 마스크를 쓰고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죠. 그러다 갑자기 지난달 25일 특검팀에 강제구인됐을 때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최씨와 박 대표 두 사람의 연기가 얼추 비슷합니다.
전방위로 이권을 챙기려한 것도 유사하죠. 최씨의 국정농단이야 다 아시죠. 박 대표도 온갖 로비를 통해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2015년 의료용 특수 실(‘김영재 봉합사’) 개발을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 대가로 안 전 수석에게 명품가방과 현금 등 수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수석 부인도 최근 비공개로 특검팀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당시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도 여러 차례 접촉하고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는 금품을 건네려 했다고 합니다. 안 전 수석에게 줬듯이 비슷한 선물공세를 편 모양입니다.
특검팀은 오늘 오전 10시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렀습니다. 서 병원장은 대통령 주치의(재직 2014년 9월∼2016년 2월) 시절 박 대표로부터 ‘김영재 봉합사’를 서울대병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지난해 5월 병원장에 임명된 이후 김영재 원장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 의사로 위촉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도 있습니다. 실타래처럼 얽힌 '비선 진료'와 특혜 의혹들이 제대로 규명될까요. 그리고 최씨와 박 대표의 연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네티즌들은 이들을 보고 ‘2017년 연기대상감’이라고 하는군요.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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