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오후의 차 한잔

장백산-1 2017. 4. 25. 13:49

오후의 차 한잔


출출한 오후 차 한 잔을 마십니다. 햇볕에 나른하고, 식곤증이 밀려오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진한 차의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따스한 온기가 입안 가득합니다. 찻잔 안에 갈빛의 차가 

보일 듯 말 듯 수증기를 가볍게 토해내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일상생활은 특별할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눈앞 지금 여기에서 이렇듯 

있는 듯 없는 듯 이 세상 모든 것, 만물이 드러나고 있는데, 많은 경우 지금 여기서 가볍게 나타

나고 사라지는 눈앞의 일보다는 허망한 헛된 생각에 싸여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알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분별상(分別相)이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이렇듯 지금 여기 눈앞의 차 한 잔을 마시는 경험보다는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이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기대 꿈 희망에 대한 생각들로 머리속이 가득합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온전한 경험에는 관심이 없고, 과거나 미래로 생각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비록 꿈,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같은 세상사이지만, 지금 여기 내 앞에 펼쳐진 

온전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몽상적이고, 

비현실적이고, 여러 가지 감정을 몰고 오는 생각의 시간 속, 환상 속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들이 실제 한다고 여겨 자기도 모르게 실제

하지 않는 것들에 사로잡혀 속아 사는 것이 장애가 될 뿐입니다. 


아마 평범한 대부분의 우리 인간들은 실체가 없는 생각에 중독된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고정된 실체가

없는 생각이 주는 판타지(환상 환영의 세계)에 매료되어 있고, 생각이 가져오는 감정의 파노라마에 도취

해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생각과 감정의 정체 실체를 잘 몰라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허망한 생각이나 감정에 빠져들기 때문에 그러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매 순간순간 멈춰있지 않고 나타났

다가 사라지는 경험의 현장, 여기 이 자리에 깨어있지 못하고, 과거에 일어났던 생각에 도취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끌려들어가는 습관적인 삶에 자신을 맡겨버리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삶은 본래 이 세상 어느 것도 무엇이라고 이름을 지어붙여 부를 수 있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모두 텅~비었고,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모두 텅~비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생각이야 해 볼 수는 있지만, 그런 생각에 고정된 실체가 있는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여기 눈앞에서 경험되는 일이야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하면서 흘러가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어디에도 어느 것에도 마음을 두지 않게 되지만,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는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가서 마치 그 생각에 고정된 실체 무엇이 있는 것처럼 사로잡히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과 느낌에 사로잡히더라도 그것은 바로 내 마음 안에서 인연에 따라 

펼쳐진 상(相, 분별상, 개념 관념 이미지 허상 환상 환영)에 불과할 뿐입니다. 과거와 미래의 생각 그대로 

그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참된 모습, 실상(實相), 본래의 모습입니다.

이 세상이 이 삶이 이러할 뿐인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몸소 깨달아 생각과 감정의 노예라는 장애인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 전체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하나의 

마음일 뿐이라면 道니 깨달음이니 진리니 부처니 하느님이니 천주니 神이니 God이니 참나니 무아니 불성

이니 신성이니 영성이니 하는 이름 개념들도 특별하게 특정한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눈앞에 드러난 찻잔이 도이고, 차의 향기가 도이고, 옅은 수증기의 일렁임이 도이지만, 어떤 모양을 가리

키는 것이 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 모양 바깥에 모양 없고 손댈 수 없는 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양 모양에 모양 없는 것이 한 덩어리로 진실한 모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은 무엇입니까?
차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 릴라님-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