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압축성장 후 초고속 고령화..'2%대 성장'도 버겁다
강세훈 입력 2017.07.07. 11:18 수정 2017.07.07. 11:45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 한은 브레인들의 잇따른 경고
안병권 거시경제연구실장 "고령화로 2026~2035년 0.4%까지 추락"
조동철 금통위원 "2026년 노동력에 의한 성장률 마이너스"
강환구 미시제도연구실장 "부작용 매우 클 수···가족복지정책 긴요"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압축경제성장을 통해 거침없이 달려온 한국경제가 국민소득 3만달러 문턱에서 초고속 고령화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5년간 연평균 3.9%의 성장률을 이어왔지만, 앞으로 10년간 2%대 성장도 버거운 실정이며, 2026년부터 2035년까지 0.4%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지만 은퇴시기를 늦추고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10%포인트 올리면 내리막 속도는 늦출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안병권 거시경제연구실장이 지난 6일 발표한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5년 연평균 3.9%였던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2016~2025년) 1.9% 수준으로 하락하고, 그 이후 10년간(2026~2035년) 0.4%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다만 이는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인구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는 200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노동생산성 추세가 미래에도 이어지고,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은 2015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작성됐다.
이런 성장률 추락은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속도가 매우 가파른데다 은퇴 후 근로소득 감소와 함께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는 신흥국 소득·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데 기인한다.
인구고령화는 출산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생산가능인구비중은 줄어들고 고령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 공급, 노동 생산성, 총수요, 저축, 투자 등이다. 인구구성원들이 생애주기 상 어디에 많이 분포하느냐에 따라 성장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영향을 받기에 경제성장률도 달라지게 된다.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 경제 전체적으로 노동공급이 감소한다. 전체 인구 가운데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연령에 도달하면 경제 내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 전체의 잠재적 노동공급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또 생산가능연령에 있는 사람들도 은퇴연령에 가까워지면 육체적 활동력이 장년기만 못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올해 65년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3.8%에 달하고, 합계 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8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안 실장은 "총 인구에서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에 정점에 달한 후 하락하고 있다"며 "생산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경제활동의 주력인구가 올해부터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인구고령화의 영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조동철 금통위원도 지난달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가진 특강에서 저출산, 노동력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 문제를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거의 제일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며 "2020년 중반이 되면 노동력에 의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더는 3%대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실제로 선진국들 중에서도 3% 이상의 성장을 지속한 나라는 거의 없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 성장률은 틀림없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며 "노동은 저출산에 의한 제약이 있고, 자본심화도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라 3%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잘 안될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2031~2035년에는 자본에 의한 성장률은 0.6%, 노동에 의한 성장률은 -0.4%를 기록해 전체적으로 0.2% 성장 수준에 그치고 마지막으로 생산성 향샹에 의해 0.2%+(플러스)알파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안 실장은 고령화(노동)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 은퇴시기를 5년 연장(60→65세)할 경우, 향후 10년간(2016~2025년) 성장률은 1.9%에서 2.3%로 0.4%포인트 오르고 이후 10년간(2026~2035년)은 0.4%에서 0.6%로 0.2%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15년 기준 57.4%인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 평균인 66.8%까지 높이면, 향후 20년에 걸쳐 성장률 하락을 연평균 0.3~0.4%포인트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2016년 수준인 2.1%로 유지하는 경우 경제성장률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0.4%포인트, 그 후 10년 동안 연평균 0.8%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안 실장은 "은퇴시기를 5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OECD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노동생산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등 종합적으로 대처하는 시나리오에서 경제성장률은 향후 10년 내에는 연평균 2% 후반, 20년 내에는 1% 중반 정도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OECD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 늘어나면 출산율은 약 0.3~0.4%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남녀의 균등한 가사분담 등으로 출산과 양육 여건이 양호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은행 강환구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인구고령화는 산업화와 함께 나타나는 인구구조변화의 보편적인 과정이
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진행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경우 그 충격으로 인한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의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택시장 안정, 사교육비 경감 등을 통한 결혼·양육비용의 부담완화, 일·가정의 양립과 남녀의 균등한 가사분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여건 등 가족복지정책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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