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TV 억대벌이 ‘메뚜기’ 평론가들 어디 갔지?
등록 :2017-10-11 05:00수정 :2017-10-11 09:18
정치BAR_
종편 정치평론가들 물갈이
1년 전엔 틀기만 하면 ‘그 얼굴’
불과 5명이 두달에 각 100회 넘게 출연
연간 출연료 1억안팎 ‘고소득’
이쪽저쪽서 거친 막말로 논란
방송사 향후 재승인때 탈락 우려
편향발언 논란 인물들 대거 교체
정치색 옅은 변호사들이 단골패널
중복출연 · 만물상 논평은 ‘눈살’
1년 전엔 틀기만 하면 ‘그 얼굴’
불과 5명이 두달에 각 100회 넘게 출연
연간 출연료 1억안팎 ‘고소득’
이쪽저쪽서 거친 막말로 논란
방송사 향후 재승인때 탈락 우려
편향발언 논란 인물들 대거 교체
정치색 옅은 변호사들이 단골패널
중복출연 · 만물상 논평은 ‘눈살’
박근혜 정부 시절인 1년 전과 비교하면 종편 평론가·패널의 얼굴 변화가 느껴진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8월15일부터 10월13일까지 두 달간 종편 4개사(TV조선·채널A·MBN·JTBC)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YTN·연합뉴스TV)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출연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에 출연횟수가 100회가 넘는 사람이 5명이나 됐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149회 출연), 정치평론가 민영삼(135회),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135회), 백기종 전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110회), 정치평론가 황태순(109회)씨가 당시 종편을 틀기만 하면 나오는 상위 5명 출연자들이었다.종편 시사 프로 1회 출연료가 15만~25만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이들은 당시 두달치 출연료로 2천만원을 웃도는 수입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집계엔 이들의 라디오 방송과 뉴스 프로그램 패널 출연 횟수가 빠졌다. 이들이 집중 섭외 대상이 되면서 출연료로 1년에 1억원 안팎을 버는 평론가·패널도 있었다. 그러자 종편 보도국 내부에서도 “어떤 패널은 주말도 없이 이 종편, 저 종편에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동반 출연이 잦아 서로 가까워진 평론가·패널 가운데 일부는 종편 방송사가 몰린 서울 광화문 일대의 호텔 사우나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며 방송 출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어떤 평론가는 종편 출연이 몰리면서 이동 시간을 줄이려고 운전 기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한 종편의 시사 프로 진행자는 “평론가·패널들의 경우 늦은 오후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대적으로 정리된 발언이 나올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하루 종일 패널들끼리 여러 종편을 넘나들며 비슷한 주제를 놓고 얘기하다보니, 늦은 오후 방송 때가 되면 아침·점심 방송보다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전 종편 시사 프로를 지탱하던 다작 출연자들을 현재 종편에서 거의 찾기 어렵다. 10일 현재 평론가·패널이 다수 출연하는 정치 토크 프로가 없는 <제이티비시>(jtbc)를 제외한 종편 3개사의 19개 시사 프로의 출연자 현황을 보면, 최병묵 전 편집장이 <티브이조선>의 ‘이것이 정치다’ 진행을 맡은 걸 빼면 1년 전 출연 상위 5명 가운데 4명은 종편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정기남 정치리더십센터 소장,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양지열·백성문·최진녕·노영희·조대진·서정욱 변호사 등이 현재 종편에서 2개 이상 프로에 얼굴을 내미는 평론가·패널 그룹이다.
이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서양호 소장이 현 여권 쪽에, 옛 새누리당 소속으로 구의원을 지낸 30대 중반의 김병민씨와 언론인 이현종씨가 보수야당 쪽에 가까운 정치 평론을 대표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종편 3개사의 5개 이상 프로에 고정으로 나오면서 최근 가장 활발한 ‘겹치기 출연’을 하는 점이 눈에 띈다. 평론가·패널의 변화는 종편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는 방송 재승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정부의 재승인 심사에서 <채널에이>는 1천점 만점에서 합격 기준점(650점)을 간신히 넘겨 661.9점을 받았다. <티브이조선>(625.1점)은 합격점을 넘기지 못했으나 시사 프로 축소, 출연자 관리 등을 전제로 ‘3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들 종편이 낮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평론가·패널의 편파 발언과 이들에 대한 제재 건수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를 다시 앞두고 이들 종편은 문제적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황태순·민영삼 평론가 등을 자체 제외하거나 시사 프로를 줄이는 조정에 나섰다.
황태순씨는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당시 <엠비엔>에 출연해 “(3차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보수가 더 많다. (그 근거는) 내 눈이다”라고 말하는 등 주관적 평론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던 정치평론가다. 민영삼씨도 지난 3월 <채널에이>에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출두에 대해 “바로 저런 모습이 박 전 대통령의 어떤 품격, 의연함이라고 보인다”고 밝히는 등 편향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새 정부 초반의 바뀐 분위기와 방송 재승인 문제 등이 겹치면서 종편 출연 평론가들의 극단적 발언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요즘 보수 성향 평론가·패널의 발언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장과 안보 대처를 비판하지만 보수야당의 친박 청산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평론가·패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선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 패널들 사이에서 다소 비상식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예전보다 출연 일감이 줄었지만, 종편이 원하는 주제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위해 평론가들도 매일 분주하게 준비한다. 또다른 한 정치평론가는 “아침에 주요 신문의 칼럼과 사설 등을 먼저 본 뒤, 오전 10~11시까지 각 정당의 아침회의에서 나온 대표들의 발언, 대변인 논평,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면 그날의 공통된 쟁점이 눈에 보인다. 노트에 정리한 내용을 가지고 낮 12시 방송, 오후 4~7시에 집중된 시사 프로에 출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현안이 발생하면 방송 직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변을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신규 평론가·패널들의 종편 진입은 제작진이 보수·진보 패널의 균형을 위해 정당에 추천을 요청하거나, 기존 출연자들이 하차하면서 대체 인력을 추천하는 경우, 다른 프로에서 방송 적응이 검증된 패널을 같이 공유하는 사례 등을 거쳐 이뤄진다.
차명진·이두아(옛 새누리당), 김광진(더불어민주당) 등 전직 의원들도 종편 패널로서 정치 공백기를 메우고 있다. 평론을 밑천 삼아 종편을 옮겨다니는 ‘보따리 장수’ 같은 생활을 거쳐 매주 1회 녹화하는 시사 형식의 예능 프로에 고정으로 나오는 스타 출연자가 되면, 회당 출연료가 200만~400만원 수준으로 껑충 뛰기도 한다.
종편 시사 프로의 증가와 맞물려 패널로 부상한 또 하나의 직업군이 변호사다. 2013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혼외자 보도 직후,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거 작전과 사망 당시 등 두 차례 계기를 통해 “변호사들이 종편에 미친 듯이 불려다니기 시작했다”는 게 한 출연 변호사의 기억이다. 다소 자극적 소재를 법률적 해석으로 완화할 변호사들의 섭외가 이어진 것이다.
종편의 한 제작진은 “방송은 자기가 아는 것을, 별 실수 없이 말로 풀어내는 출연자를 선호한다.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으면서 말을 비교적 잘 하는 변호사들은 방송 리스크(위험)가 적다”고 말했다.
변호사들도 종편 출연을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한다. 2015년에 한 달 평균 50회 이상 종편 시사 프로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김태현 변호사는 지난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지만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 뒤 현재 <채널에이>의 ‘뉴스뱅크’ 진행자를 꿰찼다. 같은 법무법인(비앤아이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명 전원(백성문·임방글·손정혜)이 현재 종편에서 정치·사회 문제를 평하는 패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변호사들의 ‘1인 다역 평론’이다. 이들이 패널 석에 앉아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동,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연예계 사건까지 두루 평에 나서다보니, 비전문 분야인 정치·외교 등에서 감상평 수준의 ‘하나마나한 평론’이 나올 때가 많다. 이수희 변호사의 경우 지난 6월 <채널에이>에 출연해 청와대가 ‘문 대통령 기념 시계’를 보훈가정에 전달한 것 등을 두고 “장기 집권 플랜의 하나”라는 주관적 추론을 내세운 일도 있었다. 또 다른 종편에선 한 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패널로 나와 바른정당의 진로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평을 내놓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지난 8월 <채널에이> 프로그램 ‘정치데스트’에선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객원 기자’ 이름표를 달고 출연해 정치 평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면서 “5·18 유공자 명단도 한 번쯤 완전히 오픈해서 명확하게 한 번 (규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민언련의 지적을 받았다.
여전히 재벌 문제에 대한 종편들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종편의 한 평론가는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를 정치 이슈로 확장해 다루면 정치평론가가 정경유착·재별개혁까지 언급할 수 있지만, 종편들이 이를 변호사 패널을 활용한 사건 이슈로 처리해 법리 공방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 시사 프로와 출연자들이 뉴스와 평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거칠고 흥분한 저널리즘’이란 비판도 받았다. 이제 변화를 꾀하려는 종편에서 평론가의 경쟁력은 결국 평론의 전문성에서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정치평론가인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정치 현상을 유추해주는 독특한 해석을 제시해줘야 평론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편 시사 프로를 매일 점검하는 민언련의 이봉우 활동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종편 출연자들의 (편파·왜곡 등의) 발언에 대한 실효적인 제재 명령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813982.html#csidxe1d85bf2ed47f34a9839090b0577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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