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035
의상조사 법성게 35 동봉
존재와 시간(3)
한량없는 오랜겁도 한순간의 찰나이고 한순간의 찰나속에 무량겁이 들어있네
구세십세 모든시간 이리저리 엉켰으나 어지럽지 아니하여 서로서로 뚜렷하네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 잉불잡란격별성(仍不雜亂隔別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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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니까 따지고 보면 오늘이다. 일어나 앉아 '기포의 새벽 편지'를 쓰다가 새벽 2시 반까지 쓴 글이
지워졌다. 또 졸음 마구니 짓이다. 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잠이 많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멈추고
피곤하면 자고,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그냥 벗으면 되는데 이론일 뿐 실제로는 잘 안 된다
나는 매일 자정에 일어나 4시 무렵 새벽예불에 오르기 전까지 늘 글을 쓴다
평균 4~5시간에 걸친 글에서 2시간 반동안의 글이 단순한 졸음 때문에 깡그리 지워졌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데 삭제 키(delete[Del] key)를 누르고 있었다. 아으! 43년이나 수행한 결과가 졸음마구니 하나
조복하지 못한다는 게 부끄럽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아! 낭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카페인이 제거되지
않은 녹차를 우린다.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이미 지워진 글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삭제 키를 누른다 해서 이제까지 쓴 글이 왜 지워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불교의 세 가지 법칙 가운데
두번 째 법칙이 적용된 것이다. 제법무아(諸法無我), 즉 모든(諸) 것(法)은 실체(我)가 없기(無)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제법무아(諸法無我)'다. 딜리트 키(delete key)를 누른다 해서 이미 입력된 글이 지워진다면
실상반야나 관조반야 뿐만이 아니라 이른바 문자반야(文字般若)에도 이렇다 할 자성(我)이 없는 게 확실
하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주 곰곰히 생각에 젖는다. 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이 열린 사건 대폭발(Big-Bang)이
있었던 137억 년 전 그로부터 길고 긴 시간이 흘렀다 그 기나긴 시간이 지금까지 이어졌지만 1찰나도
시간이 끊긴 적이 있었을까. 10^-18승(乘)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1조×100만배 분의 1초 쉽게 100경
(京)분의 1초라는 그 짧은 찰나마저도 단절된 적이 없었다
그 137억 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모든 생명에게 골고루 다 주어졌음에도 어느 생명도 시간을 독차지하지
않았다. 시간은 생명에게만 주어진 게 아니라 생명 없는 것에게도 다 나누어져서 생물과 무생물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우주 안 모든 천체에 이르기까지 물질,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게도 시간은 빠짐없이
골고루 주어졌지만 지금까지 단 한찰라도 그들은 시간을 홀로 소유하지도 단절하지도 않았다
시간과 달리 공간은 때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 한자 '공간9空間)'에서 보듯이 물체와 물체 중 비어(空)
있는 사이(間)다.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별들이 참 많기도 많다고 느껴지곤 한다. 특히 적도
남쪽 남반구에서 바라보는 별은 한마디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토록 쏟아지는 많은 별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해도 별들이 실제로 우주 내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1%도 못되는 0.4%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별은 지구보다 작은 것도 있지만 빛을 발하는 대부분의 별들은 아예 지구 정도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 부피의 130만 배라는 태양으로도 크기를 자랑할 수 없는 큰 별들이 많다. 어떤 별은 태양의 몇억 배
크기라고 하니 그렇게 보면 우주는 온통 천체 뿐인데 이들이 우주 내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겨우 0.4%일
뿐이다
우리 지구가 들어있는 우리 태양계, 우리 태양계가 들어있는 우리 은하계, 우리 은하계 지름이 100,000
광년이고 중심핵은 10,000광년이며 은하의 두께도 15,000광년이라 한다. 이런 은하계가 수천억개가
모여 은하단(銀河團 cluster of galaxies)이 되고, 이들 은하단이 다시 수천억 개가 모여 초(超) 은하단
(super cluster of galaxies)이 되며, 다시 초은하단 수천억 개가 모여 초초(超超) 은하단이 된다고 하니
우주의 크기와 넖이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그럼 우주 공간의 나머지 99.6%는 무엇일까. 3.6%가 은하와 은하 사이로 전문 용어로는 inter galactic
gas 로서 은하와 은하 사이에 있는 어떤 기체(氣體)다. 그것이 이른바 우주간(宇宙間)이다. 그렇다면
99.6%에서 3.6%를 뺀 나머지 96%는 무엇일까? 96% 중 암흑물질(dark matter)이 22%이고 암흑에너
지(dark energy)가 74%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남은 공간이 전혀 없다
우주 공간은 이처럼 텅~빈 곳이 없는듯 싶으나 산과 들, 강과 호수 심지어 암석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
는 단단한 세계마저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속은 텅~ 비어 있다. 앞서 얘기한 미세먼지의 세계 원자(原子),
그 원자 속을 들여다보면 한 가운데 양성자(陽性子) 중성자(中性子)로 이루어진 핵(核)이 있고 핵 주위를
가벼운 전자(電子)가 끊임없이 돌고있다
가령 원자의 크기를 축구장만 하다 한다면 원자핵 크기는 축구공만 하다. 게다가 전자는 원자핵 구겅 요소
의 하나인 양성자(陽性子) 크기의 1/1840로써 상상외로 작고 작고 또 작고 가볍다. 이처럼 텅 비어있는
원자 틈새를 완벽하게 짜부라뜨려 다 없애버린다면 우리가 지금 의지해 살아가는 지구 크기가 축구공 정
도로 작아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텅~비어었는 공간은 물론 단단하다고 보는 쇠붙이마저 텅~빔(虛空)
자체다
《반야심경》의 '이 세상 모든(諸) 것(法)은 텅~빈 모습' 곧 '제법공상(諸法空相)'이란 말씀이 오롯이 가슴
에 와 닿는다. 원자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눈, 귀, 코, 혀, 몸과 생각 마음 뜻을 들여
다보면 단지 텅~비어있는 원자들의 집합일 뿐이다. 원자 그 자체도 텅~비어있는데 텅~빈 원자들의 집합
체인 눈의 모습이 어찌 보일 수 있을 것이며 귀와 코와 혀와 피부 모습이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텅~빈 공간은 텅~빈 공간에서 텅~빈 공간으로 끊어짐이 없이 서로 이어져 있을 뿐이다. 이는 석가
모니부처님께서 '모든 사물(法, 것, 현상, 존재)은 텅~비어(空)있다'고 말씀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이처럼 텅
빈 원자들의 집합일 뿐이다. '격물(格物)' 즉, 사물의 분석을 통해 '치지(致知)' 즉, 앎의 세계에 이르고 보면
석가모니부처님 말씀과 한 문장 한 글자 한 글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짐을 느낀다
공간은 이어져 있다. 공간만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시간도 이어져 있다. 빅뱅 이전은 시간과 공간이 생기기
이전으므로 아예 접고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공간이 처음으로 시작된 빅뱅으로부터 오늘날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137억년 동안 공간은 잠시도 팽창을 멈추지 않았고 단 한 찰나의 시간마저도 끊이지
않았다
만일 시간이 중간 중간 툭 툭 끊어진다면 그렇게 길고 오랜 장구(長久)한 시간이 한 순간 속에 들어있다고
(無量遠劫卽一念) 그렇게 설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상스님은 시간의 연속성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긴
시간도 이어져 있음을 알았다. 이는 마치 쪼개진 공간이 없음과도 같다. 400억 광년(光年)을 가로지르는
우주 어느 한 자락 한 모퉁이도 완벽하게 격리되지 않았듯이 137억년의 장구한 우주나이도 한 순간 한 찰나
중간에 잘린 적이 없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지금 여기 이날 이때까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완벽하게 잘려나간 순간이란 게 없었다.
잠 자고 밥 먹고 똥싸고 좌선하고 염불하고 글쓰고 몸 아파 자리보전을 하는 동안에도 내 심장은 움직임을
쉬지 않았고 내 몸의 혈액은 순환을 멈추지 않았다. 병원에서 Xray 사진을 찍을 때 '숨을 멈추세요' 라고
해서 잠시 호흡을 멈춘 적은 있으나 한 동안 아예 정지된 적은 결코 없었다
시간은 단절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 나이 137억년은 접더라도 지구 나이 46.5억년의 자락을 모른척 한 번
살그머니 당겨보라. 우주 전체가 전체가 일렁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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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3/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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