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원세훈 개인비리'-'댓글수사 중단' 거래 기획
입력 2017.11.29. 05:06 수정 2017.11.29. 08:56
"조직 존폐·정권 명운 걸려" 이유 '원 개인비리'로 '빅딜' 계획
검찰에 간접적 의사 타진했으나 거절 당해 실행 못한 듯
[한겨레]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국가정보원이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막으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를 건네는 대신 댓글 사건 수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2017년 11월 28일 확인됐다. 국정원이 검찰의 수사 방해를 위해 수사기관인 검찰과의 ‘뒷거래’까지 계획했던 셈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원장 남재준)은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2013년 4월 검찰수사 무마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속죄양 카드’로 쓰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도 체면이 있으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구속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였고, 대선개입 댓글 수사는 국정원의 존폐와 박근혜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으니 원세훈 개인비리로 정리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은 이런 내용의 거래 의사를 검찰 쪽에 간접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개인비리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도록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빅딜을 모색해야 한다. 조직적 개입으로 비화되고, 국정원 직원들이 연루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비슷한 기간에 작성된 다른 보고서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개인비리를 먼저 터트렸을 때 파장은 커질 수 있으나, 속죄양 카드는 소진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수사가 먼저 진행되면 검찰과 거래가 어려워진다는 뜻으로, 국정원이 ‘빅딜 카드’를 다각도로 검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정원의 이런 ‘빅딜 시도’는 지난 2017년 11월 26일 구속기소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국정원 파견검사(국정원 감찰실장)였던 장호중 전 검사장 등의 공소장에도 일부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의 방향을 틀려던 국정원의 이런 계획과 달리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3년 6월14일 불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선거법 적용 불가’ 지시로 검찰내 갈등을 겪은 끝에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은 적용하되 구속영장 청구는 하지 않기로 정리가 됐다.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다음달인 2013년 7월10일 친분이 있던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다만 당시 검찰 관계자는 “건설업자 비리는 검찰이 자체 인지해서 수사한 것이며, 국정원발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2017년 11월 28일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수사팀은 또 이날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을 소환해 당시 경찰의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출입 정보담당관 안아무개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2~2013년 경찰의 댓글 사건 수사정보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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