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존재(有物)

장백산-1 2017. 12. 9. 22:18

존재(有物)


有物來來不盡來(유물래래부진래)  존재가 생겨나고 또 생겨나 다함이 없이 생겨나

來纔盡處又從來(내재진처우종래)  다 생겨났나 싶은 때에 어디선가 또 생겨나오네

來來本自來無始(내래본자래무시)  시작도 없는 곳에서 생겨나오고 또 생겨나오거늘

爲問君初何所來(위문군초하소래)  그대는 아는가, 만물이 애초에 어디서 생겨나오는지를.


​有物歸歸不盡歸(유물귀귀부진귀)   존재가 돌아가고 또 돌아가도 다함이 없이 돌아가

歸纔盡處未曾歸(귀재진처미증귀)   다 돌아갔나 보다 싶은 때에도 다 돌아간 적이 없어라

歸歸到處歸無了(귀귀도처귀무료)   끝마침도 없는 곳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거늘

爲問君從何所歸(위문군종하소귀)   그대는 아는가, 만물이 끝내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조선 전기 성리학자 花潭(화담) 서경덕(1489~1546)이 우주 만물을 형성하는 본원(本源)에 대해 

탐구한 '有物(유물)'이라는 시(詩)다. 화담은 사물을 관찰하고 이치를 궁구하기를 좋아했는데, 18세 

때 大學(대학)을 읽고 "앎에 이르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달려있다, '致知在格物(치지재격물)'"

이라는 대목에서 크게 깨닫은 바가 있었다. 이에 화담은 "학문을 하면서 먼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지 

못한다면 독서를 한들 무엇하겠는가?"라고 하고, 천지 만물의 명칭을 벽에 써 붙여두고 날마다 온통 

거기에만 정신을 쏟으며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였다.


화담이 후에 이러한 공부 방법을 두고 어려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지 못해 헛된 노력을 했노라며, 

이를 본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지마는 이러한 일화를 통해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데 치중했던 

그의 학문 성향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시가 존재가 생겨나오는 곳에 대한 것이라면, 두 번째 시는 존재가 돌아가는 곳에 대한 것이다.


시작도 없이 생겨나오고 또 생겨나오는 곳은 어디일까? 끝도 없이 돌가고 또 돌아가는 곳은 어디일까?

존재가 생겨나오는 곳과 존재가 돌아가는 곳은 같은 곳일까, 다른 곳일까?

존재가 생겨나오고 돌아가는 곳 그곳과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이곳은 같은 곳일까, 다른 곳일까?

어디서부터를 딱 잘라서 생겨나옴(탄생, 삶, 인생, 세상)이라 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를 딱 잘라서 

죽음이라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 어느 자리에 있을까? 16세기 고려와 조선의 철학자가 지금 나에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