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는 목적은 정상 정복이 아니다
생겨난 것은 그것이 물리적 현상이건 정신적 현상이건 반드시
생겨나기 전의 상태인 공(空), 'ㅇ', Zero, 무(無)로 돌아간다.
단위가 커보이는 우주나 세상은 생겨나고 머물다 무너져 사라
져버리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순환과정을 거친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몸(肉身)은 생겨나고 성장해서 늙고 병들어 죽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순환과정을 거친다. 느낌 감정, 생각 상상
이미지, 욕망 욕구 충동 의지 의도, 분별심 분별의식 인식 알음
알이(識) 등은 생겨나서 머물다 변해서 사라져버리는 생주이멸
(生住異滅)하는 순환과정을 거친다. 사람들 주위에 있는 일상의
사물이나 물건들은 생겨나서 자라서 머물다 소진되어 사라져버
리는 생성소멸(生成消滅)의 순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이 세상은 행행본처(行行本處)요 지지발처(至至發處)이다. 즉,
이 세상은 가도 가도 본래 자리이고 도착하고 도착해도 출발한
자리, 즉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일 뿐이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목적도 정상을 정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텅~빈 바탕 이 자리에서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 매 순간 텅~빈 바탕 이 자리에서 내딛는 발걸음이 오직
걷는 목적이 되게 하라.
慧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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