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마음(本來心)
사람들 모두는 깨끗하고 빛나는 넓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데 깨끗하고 빛나는 넒은 마음은 천추만고
(千秋萬古)에 영원히 변함이 없습니다. 설사 천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해도 깨끗하고 넓은
마음의 빛보다 밝지 못하나니 사람들 누구나 똑같이 평등하게 지니고 있는 깨끗하고 빛나는 무한히
넓은 마음을 가리켜 본래마음이라고 합니다. 무한하게 넓고 가장자리가 없는 우주도 본마음에 비하면,
본래마음은 바다와 같고 우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좁쌀 하나만 합니다.
본래마음은 생각으로써도 헤아려 미치지 못하고 말이나 글로써도 형용을 할 수 없는 것이니, 이러한
귀중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이 본래마음에는 일체의 지혜와 무한한 덕행이 원만구족하여 있으니 이것을 자연지(自然智)라 합니다.
이 자연지(自然智)는 제각각의 사람들이 구비한 결코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무진장의 보고(寶庫)입니다.
이 무진장의 보고의 문을 열게되면 지혜와 덕행을 완비한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가 되나니, 이것이
인간 존엄의 극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갖춰진 본래마음의 이 무진장의 보고를 알아보지 못하고 고인들이 쓰고 버린
찌꺼기 같은 언어, 문자에서만 본래마음에 갖춰진 무진장의 보물창고를 찾고 있으니 이는 마치 얼음 속
에서 불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본래 이 마음은 거울과 같아 제아무리 오랜 세월동안 때가 묻고 먼지가
끼어 있어도 먼지와 때만 닦아내면 본래 거울 그대로 깨끗한 거울입니다. 그리고 먼지 때가 묻어 있을
때나 먼지 때가 끼어있지 않을 때나 거울 본래 그 자체는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금가루가 제아무리 좋다고 해도 거울 위에 뿌려지면 때가 되어서 깨끗하고 밝게 비춰주는 거울에는 큰
장애가 됩니다. 그리하여 성현들의 금과옥조 같은 말씀들도 거울과 같은 본래마음에는 먼지 때가 되어
본래마음은 도리어 환하게 빛나지 못하고 어두워집니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밝게 빛나는 무한히 넓은 본마음을 보고자 하면 분별인 성인도 닦아내고 악마도 털어
버려야 합니다. 더욱이 각 종교의 절대적 권위인 교조들의 말씀은 본래마음에 가장 큰 장애와 병폐가 되
나니, 불교를 믿는 사람은 석가모니를 버려야 깨끗한 거울 같은 본래마음을 볼 수 있고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를 버려야지만 깨끗하고 빛나는 본래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석가 ·공자 ·노자 ·예수 할 것 없이 모든 분별인 성인 악마를 본래마음에서 다 닦아내버리면
본래마음이 텅~빈 푸른 허공(虛空)과 같이 깨끗하게 되나니, 이 텅~빈 푸른 허공(虛空) 마저 부수어
버려야 본래마음이 떡하니 스스로 드러납니다.
지나간 옛 성인들이 한 말에 너무 집착하여 옛 성인들의 가르침을 본래마음에서 닦아내버리지 못하면
깨끗하고 빛나는 무한히 넓은 본래마음에 이보다 더 큰 병폐와 장애가 없으니, 성인들의 말과 가르침을
독약같이 취급해서 내다버려야 참다운 지혜와 영원한 자유가 있으며 사람의 본래마음을 볼 수 있으니
석가 ·예수 ·공자 ·노자를 원수같이 여겨서 본래마음에서 말끔하게 털어 버려야만 합니다.
옛 성현들 이들이 본마음에 먼지나 때가 됨은 악마와 같아서 이들을 본래마음에서 털어내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은 점점 더 캄캄하여 집니다. 오직 본래마음을 보기 위하여 이들 성현들을 본래마음에서 빨리 털어
버립시다.
어허!
석가 · 예수 . 공자. 노자는 누구인가? 분별심에 불과한 성인 악마 다 잊고 홀로 앉았으니
산 위에 솟은 달은 더욱 더 환히 빛이 나고 담 밑에 핀 국화꽃은 향기롭기가 짝이 없구나.
-성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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