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온설(五蘊설)과 무아(無我)의 의미 ‘나’란 것이 있다고 여겨서 믿는 생각, 즉 관념은 다섯 가지 요소가 모여 만든 착각

장백산-1 2018. 3. 16. 01:22

김재권의 명상심리로 풀어보는 불교교리 10. 오온설(五蘊설)과 무아(無我)의 의미

‘나’란 것이 있다고 여겨서 믿는 생각, 즉 관념은 다섯 가지 요소가 모여 만든 착각


한국 사회는 서구적인 개인주의와 전통적인 동양의 가치관의 대립과 갈등양상을 오래도록 겪어오면서 

개인주의적 가족문화가 새롭게 정착됨과 동시에 가부장적 문화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나, 즉 자아(自我)란 불변의 실체 아닌 오온(五蘊)의 연기적 현상(緣起的 現象)일 뿐

자아 (自我), 즉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겨서 믿는 생각, 즉 허망하고 허황된 망상(妄想)이

사람들의 고통 일으키는 근본적인 출발점


무엇보다 서구적 산업사회와 동양적 전통사회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기준은 ‘나’를 중시하는지 혹은 ‘우리’를 중시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가치관과 직접적으로 관계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개체와 세계와 사회를 이해하거나 바라볼 때 긍정적이든지 부정적이든지 적지 않은 차이를 초래하게 된다.


불교 사상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자아(自我), 즉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무아(無我)를 표방하는 데 있다. 무아(無我)란 욕망이나 행위의 주체(主體)로서 실체적으로 ‘나’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다. ‘나’라고 하는 것은 단지 관념이나 현상적 존재를 지칭하는 것일 뿐이고,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아사상(無我思想)은 인간의 내면 및 심리에 대한 깊은 연기적(緣起的) 통찰(洞察)을 보여준다. 인간이 실존적으로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명(無明) 즉, 어리석음에 근거한 집착(執着)이나 욕망(欲望)의 추구 때문이다. 인간의 이러한 집착이나 욕망의 추구는 본질적으로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겨 믿는 생각’ 즉,  ‘자아(自我)’가 있다고 여겨 믿는 생각에 기인한다.


결국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도 초기불교의 가르침에 따르자면 나라고 하는 것이 있다는 관념에 기인한다. 바로 ‘나’라는 생각 때문에 집착이 발생하고, 나와 타자를 배타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마음도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사고는 아집이나 독선을 낳아 결국 개별적 고통의 문제나 사회적인 소통에 장애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겨 믿는 생각이나 관념을 제거해주는 붓다의 중요한 가르침을 오온설(五蘊說)이라 한다. 오온설은 초기불교의 자아관(혹은 인간관)이나 세계관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오온설은 색온(色蘊), 수온(受蘊), 상온(想蘊), 행온(行蘊), 식온(識薀)의 다섯 가지 모임을 말한다. 여기서 색온(色蘊)이란 인간의 육체(肉體)를 포함한 물질적인 현상을, 수온(受蘊)란 고통이나 괴로움 등의 느낌감정을, 상온(想蘊)이란 생각 상상 이미지 개념작용을, 행온(行蘊)이란 욕망 욕구 충동 의도 의지작용이나 심리현상을, 식온(識蘊)은 분별이나 인식 판단작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오온은 육체적․심리적 현상이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연기적 현상을 지칭한다.


초기경전을 보면, 오온(五蘊)은 비유적으로 각각의 구성요소가 물거품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환영과 같아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식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결국 오온설의 핵심은 바로 고정불변하는 실체적 자아(自我)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각(自覺) 또는 통찰(洞察)이 바로 오온무아설(五蘊無我說)의 진정한 의미이다.


한편 오온을 자아로 착각해서 오온에 집착하는 것을 일컬어 ‘오취온(五取蘊)’이라고 한다. ‘오취온’이란 오온이 인연을 따라 생멸하는 연기적 현상임을 올바로 통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지로 인해 오온을 고정불변하는 자아로 착각하거나 집착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개인의 고통은 물론 사회적인 소통에 근본적인 장애를 초래하는 시발점이 된다. 이러한 장애는 오온을 오온일 뿐이라고 자각하는 ‘오온무아설’과 상반되는 표현이다.


요컨대 오온무아설이 천명하고 있는 것은 자아, 즉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겨 믿는 허망한 생각은 실체가 없는 허황된 관념일 뿐이고 나라는 것에 집착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초기불교의 무아사상(無我思想)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근원을 밝혀주는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오온무아설이 현상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 즉 지금 이 순간 살아 숨쉬고, 생명이 존속하는 한 존재하며, 만져지고 느껴지는 현상적(現象的)인 자아(自我)마저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상적인 자아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지혜롭고 여유롭게 자신을 관조하여, 올바른 삶과 행복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예컨대 대승경전인 ‘반야심경’에서 오온(五蘊)이 다 공(空)함을 비추어 보고 삶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천명하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