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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는 본래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

장백산-1 2018. 4. 24. 11:31

삶에서는 본래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


‘에픽테토스’의 「삶의 기술」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우리는 잃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자식이 죽었는가? 아니다. 죽은 자식은 본래의 제자리로 제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배우자가 죽었는가? 아니다. 그는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다. 재산과 소유물을 잃어버렸는가? 아니다. 그것들 역시 본래의 위치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실이다. 세상이 허락했기 때문에 넌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들이 네 곁에 있는 동안에 그것들을 소중하게 여겨라. 여행자가 잠시 머무는 여인숙 방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번 생에 오래도록 인생을 살 것 같지만, 또한 몸, 명예, 권력, 지위 이런 것들이 나의 실체인 것 같지만, 나라는 존재는 이번 생에 잠시 지구별로 여행을 떠나온 존재인 여행자일 뿐입니다. 이 지구행성으로 잠시 잠깐 여행을 떠나 와서 이렇게 잠시 잠깐 여행을 다니다가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는 존재일 뿐입니다.


사람들 눈에 보이기엔 많은 것을 얻기도 하고, 많은 것을 잃기도 하고, 잃고 나면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고, 얻고 나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즐거워하지만, 사실 본질에서 본다면 삶에서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하나도 없습니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본래 처음에 사람들이 이 세상에 올 때부터 갖고 온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다만 나의 분별을 하는 의식(意識), 분별을 하는 생각, 분별을 하는 마음에서 볼 때에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분별되는 것들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내 것으로 붙잡고, 내 소유인 것처럼 부여잡기에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처럼 느낄 뿐이지요. 


나라고 하는 존재나 내 몸이라는 것이 진짜 있어서 그것들을 내 것으로 소유하면서 붙잡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의식이 그것들을 갖고 있다고 여겨서 착각을 하는 것일 뿐이지요. 내 집, 내 차, 내 사람, 내 가족, 이게 다 내 분별을 하는 의식이 붙잡고 있는 실체가 없는 허망한 분별, 환상, 환영일 뿐이지, 본래 이게 내가 붙잡고 있는 실체가 아니에요. 


자식이 내 것일까요? 자식이 절대로 내 것이 아니죠. 남편, 아내가 내 것이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내 의식이 내 것이라고 그렇다고 잠시 허망하게 착각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내 자식이라고 여겨서 내 맘대로 자식을 대해도 될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얼마 전 TV채널을 돌려 보다가 어떤 여자 강사분이 젊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시원하게 하시데요. “부모님이 ‘의대 가라’, ‘서울대 가라’, ‘좋은 대학 가라’고 말하지만, 본인 자신이 그걸 원치 않는다면 부모님 말을절대 듣지 말라고 말이지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은 제대로 잘 될 수가 없다고 말이지요. 딱 잘라 말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얘기를 할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다 보니까 아주 통쾌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처럼 자식도 내 소유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내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내 것은 없기 때문에 뭘 잃어도 잃은 것이 아니고, 얻어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얻었다고 착각해서 내 것으로 붙잡아 놓고 그 집착하는 마음에 구속되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고, 잃었다 하고 착각해서 거기에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린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삶에서는 본래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습니다. 본래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다만 꿈처럼 허깨비처럼 신기루처럼 물거품처럼 그림자처럼 다양한 인연들이 삶 위를 스쳐지나갈 뿐이지요. 


이 세상 모든 것은 와야 할 곳으로부터 왔다가 인연이 다해서 때가 되면 가야 할 곳으로 떠나 가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미련이나 집착을 두지 말고, 다만 인연 따라 주어진 것을 소중히 쓰다가 보내줘야 할 때 보내주는 것일 따름입니다.


-법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