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괴로움을 잊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대답> 마음뿐인 도리(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의 이치)를 철저히 밝히고 보면, 정신적인 법이나
물질적인 법이나 전부 모든 법은 다 마음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바다에서 일렁이는 온갖 파도나 물거품이 전부 다 바닷물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세상의 물질적인 법이나 정신적인 법, 일체의 법은 다 그 근본이 <청정한 자기의
심성(心性)>을 여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따라서 옳고 그름과 이롭고 해로움 등의
온갖 이분법적인 모든 법은 전부 다 그 근본이 <성스러운 진리>(성제 聖諦)가 인연에 응하여
꿈처럼 환(幻)처럼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법의 근본 가르침에 사성제(四聖諦)가 있는데, 고집멸도(苦集滅道)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苦)는 말 그대로 괴로움이요, 집(集)은 괴로움을 가져오는 원인들이며, 멸(滅)은 모든
괴로움, 즉 분별 망상 번뇌에서 벗어난 해탈 열반의 경지요, 도(道)는 괴로움을 멸하는 방법인
이 세상 모든 것의 근본인 진리를 말합니다. 이제 앞에서 살펴본 <마음뿐인 도리>에 비춰본다면,
고와 집(苦集)이 다 청정한 심성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새삼 지워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며. 멸과 도(滅度) 역시 새삼 닦아서 이뤄야 할 것이 아니라, 본래 이미 스스로
구족하게 갖춰져 있는 것임을 알 것입니다.
결국 수행자가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고 나면>, 이제 더는 괴로움이 싫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요, 해탈 열반을 좋다고 하지도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청정한 심성, 신령한 성품>을 밝히는 데는 전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애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에서 신령한 성품을 항상 영원히 쓰고 있으면서도 다만 본인이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기
때문에 신령한 성품을 모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령한 성품을 알려면 ― 마치 오랜 꿈에서 깨어나듯이 ― 지금 당장 여기서 신령한
성품을 알아차려야지 헛되이 고생 고생 이리 저리 헤아리고 머리굴리고 하면 다시 아득히
신령한 근본성품에서 어긋나고 맙니다.
바닷물을 맛보려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천파만파를 전부 맛봐야 할 필요가 없듯이, 이 세상의
천태만상(千態萬象)이 모두 성품이 없어서(無性) 일체가 <한 성품>(一性)이요, 일체가 '한 성품'
이므로 일체가 평등(平等)함을 철저히 밝혀서, 그저 평소에 <보고 듣는 가운데 분별함이 없이
무심히 일체를 대할 수만 있으면> 이것이 바로 <부처, 지혜>가 나타나는 시절이요, 달리 별다른
재주가 있는 게 아니니, 초심자는 모름지기 길을 잃지 않도록 명심해야 합니다. 마침내 <원만한
근기의 사람>(圓機人)은 그저 생각에 즉하여 생각이 없을 뿐임을 알아야 합니다.
- 현정선원 대우거사님 / 가산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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