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능라도 연설 '정면샷',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영광 입력 2018.10.03. 16:00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19] 이재강 남북 정상회담 주관 방송사 방북단장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의 포인트 중 하나는 '생중계'다. 주관 방송사인 KBS는 이번 정상회담 생중계를 위해 중계차 다섯 대와 18명의 방북단을 꾸렸다. 방북단은 평양공항의 환영식과 남북 정상의 공동 선언 발표, 그리고 능라도 5.1경기장의 연설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 이재강 남북 정상회담 주관 방송사 방북단장 |
ⓒ 이영광 |
"저는 평양에 처음 갔어요. KBS가 주관 방송사로서 평양에서 생방송을 맡을 수 있다는 것, 즉 남측의 방송사가 평양에서 생방송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남북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북관계와 화해의 큰 흐름 속에서 방송인으로서 작은 기여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도 있고 뿌듯했습니다."
- 예전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두 차례 했는데 그땐 생방송 경험이 없나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하셨을 때 순안 공황에서 KBS 생방송을 한 적 있고요.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도 생방송 한 사례가 있었어요. 그러나 그 이후에 11년 동안 방송 교류가 끊겨 있었잖아요. 그 이후 생방송 한 적은 처음입니다. 주목할만한 점이, 이번에 KBS 중계차가 갔잖아요. KBS 중계차가 북한을 방문한 건 2007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문하셨을 때는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중계차 한 대를 제공해 줬고요. 이번에 다섯 대가 갔는데 2007년엔 한 대가 갔었어요."
- 방북 단장 소식 들었을 때 어땠어요?
"작은 규모긴 하지만 방송 중계단을 이끌고 가는 것이니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죠. 또 한편으로는 남북정상회담 평양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에 제가 갈 수 있어서 기대하기도 했어요. 책임감과 기대감이 혼재되어 있었다고 할까요."
- 평양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 어땠어요?
"저희는 대통령 일행과 달리 육로를 통해서 갔어요. 그래서 평양 도착하기 전 개성 그리고 그사이 농촌을 눈으로 볼 수 있었죠. 그걸 보면 대개 북한 지역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보여요. 또 자연환경은 개발이 덜 되어서 잘 보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가 낙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성과 평양 사이 고속도로가 있는데 고속도로의 상태가 상당히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중계차가 거기를 달릴 때 시속 60km를 내기가 힘들었어요. 농촌을 지나면서 사람이 직접 일하거나 가끔 소를 이용해 농사짓는 모습을 보기도 했거든요. 사실 우리 농촌에서는 어딜가나 농기계를 이용하잖아요. 여러 가지 면에서 농촌 지역은 낙후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 서울과 평양은 문화나 환경이 다를 거 같은데 어떠셨어요?
"평양은 다른 지역과 완전히 차별화돼서 굉장히 발전했습니다. 겉모습을 봤을 때 고층 건물도 많고요. 시내에 다니는 차도 꽤 있고 평양 시민들도 거리를 분주히 오가요. 식당 같은 데도 사람들이 드나들며 식사를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여느 대도시 풍경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리고 깨끗했고요. 평양만 놓고 보면 발전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평양의 경우에는 건설 중인 현장도 여러 곳을 목격했거든요. 도시가 정체하거나 죽어있다기보다는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건물 색깔도 다채로워요. 형형색색이라 외관도 많이 신경 쓰며 도시를 조성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그럼 서울과 다를 게 없네요.
"그런데 규모, 북적거리는 정도 그리고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울 하곤 다르죠. 서울은 그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고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시끄러운데 그에 비해서 평양은 훨씬 조용하죠. 차도 적도 사람도 적고요."
- 방북단 규모가 중계차 5대와 1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웠죠. 중계 차량 다섯 대하고 18명이 갔는데 그중 두 명은 별도 임무를 받아서 했기 때문에 사실 저희는 16명으로 방북단을 꾸렸거든요. 하지만 중계차 필수 인원도 구성하지 못했어요.
중계차 한 대는 중계 기술 감독, 음향 담당, 비디오 담담, 카메라 감독으로 필요한 인원을 맞췄는데 나머지 중계차 한 대에는 중계 감독과 다른 한 명밖에 없었어요. 카메라 감독이 없었어요. 무슨 이야기냐면, 중계차 한 대로 A란 장소에서 중계한 다음에 B라는 장소에 주차된 중계차로 스텝들이 이동했다는 소리예요.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 왜 적은 인원으로 방북단을 꾸린 거죠?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다 보니 남북 정부 간 협의에서 방북단 규모가 200명 정도로 정해졌거든요. 200명 안에 모든 사람이 포함되어야죠. 처음에 저희는 주관 방송사로서 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방송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력만 80명 정도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전체가 200명이다 보니까 제한이 있었어요. 주관 방송사 최소인원으로 할당받은 게 이 인원이었어요."
- 그럼 공동 취재단도 200명에 포함된 건가요?
"맞아요. 공동 취재단 규모가 취재기자와 촬영 기자로 30명 정도 됐거든요. 이번에 인원 제한이 커서 저희로서는 방송을 좀 더 풍성히 하고 싶은 계획과 욕심이 있었는데 그렇게까진 못했습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역사 현장을 생생하게 최선을 다해 담는다는 자세로 임해서 그 정도 목적은 달성한 거 같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 장면. |
ⓒ KBS 갈무리 |
"이번에 저희가 세 가지 이벤트를 생중계했는데요. 첫째는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해서 환영식을 열었잖아요. 환영식을 생중계했고 남북 정상의 합의문 서명과 공동 발표를 생중계했죠. 그리고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평양 시민들에게 연설하셨잖아요. 그걸 중계했어요.
중계라는 게 북한 입장에서는 그간 전례가 없던 일이거든요. 기본적으로 북한 방송은 녹화방송을 하지 생방송 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저희가 가서 생중계를 했죠. 그것도 그냥 행사가 아니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주최하거나 함께하는 행사를 KBS 기자가 KBS 이름 달고 생중계했어요. 이건 굉장히 새롭고 획기적인 거고, 이것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죠."
- 방송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건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방송이 이뤄지기까지 굉장한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거든요. 짐작하시겠지만 남북 양측이 함께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경호도 굉장히 타이트하죠. 그리고 방송 중계를 하기 위한 준비도 철저해야 했고요. 남북 양측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결정이 늦어지는 문제, 기술적인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 협력 과정 등 우여곡절과 난관이 많았습니다. 그 난관을 겪으며 생방송을 했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생방송 제작을 체험했기 때문에 훨씬 보람 있고 뿌듯했습니다. 일반 시청자들이 그냥 화면 보시는 것과는 감회가 좀 달랐어요."
-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우리 대통령이 평양 가셔서 남북 정상회담 하신다는 게 발표된 이후에 주관 방송사 업무를 위한 테스크 포스트 팀을 구성했어요. 그래서 연관되는 KBS 내의 모든 부서 사람들이 참여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대한 생방송을 한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인원과 장비를 총 투입해서 엄청난 장면을 세계에 보여주려고 준비했는데, 방북단 규모가 불과 (출발) 며칠 전에 결정 났거든요. 신속하게 기존의 인원과 장비를 덜어내고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세팅해서 가게 됐습니다."
- KBS 방북단은 생방송만 한 건가요?
"이번 평양과 북한에서 남측과 세계로 송출된 화면은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생방송 화면이고, 다른 하나는 ENG라고 하는 촬영 기자들이 찍은 영상입니다. 두세 시간의 시차를 두고 남측으로 송출된 화면이에요. 생방송은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전적으로 다 한 거고요. 일반 취재 영상은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들로 구성된 공동 취재단 소속의 촬영 기자들이 촬영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주관 방송사 송출망을 통해 서울로 보낸 겁니다. 촬영 기자들이 촬영한 화면도 결국은 주관 방송사화해서 세계에 전파된 것이죠."
- 환영식할 때 조선중앙TV 중계차도 보이더라고요. 북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을 거 같은데.
"저희가 평양에서 접촉한 북측 사람은 조선중앙TV 분이었어요. 그분이 저희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중계하려고 공항을 가야잖아요. 근데 아시다시피 공항은 보안 시설이죠. 국내에서도 공항에 함부로 못 들어가잖아요. 그럼 누군가가 저희 중계팀을 안내해서 공항 안에 중계차를 들여보내도록 하고, 공항 안에서 카메라 위치 선정하는 것들을 도와주셔야 하거든요. 조선중앙TV 분이 저희를 전담해서 이 역할을 해주셨어요. 그분과 함께 다니며 카메라와 중계차 위치도 선정하고, 송출계획도 의논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역시 남북의 방송인은 방송인으로서 정체성을 공유하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체제와 사상은 달라도 방송은 방송끼리 통하는 게 있다는 걸 느꼈고요. 앞으로 남북 화해 무드가 더욱 가속화된다면 그 한 축으로서 KBS와 조선중앙TV의 방송 교류가 중요한 교류 포인트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5.1경기장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설하는 걸 생방송 했잖아요. 그 생방송을 하기 위해서 사전에 5.1경기장에 답사를 갔어요. 그때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주석단이 앉는 자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했더니 북측에서 절대로 안 되는 얘기래요. 그래서 저희는 주석단에서 비켜나 대각선으로라도 찍을 수 있도록 설치했어요.
당일에 행사할 때 보니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가 주석단에 앉아있다가 연설할 때는 옆으로 나와 별도의 단상에서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카메라가 옆으로 비켜난 위치의 바로 정면이었어요. 주석단에서 비켜나라고 해서 비켜났는데, 뜻하지 않게 그 위치가 연설하는 곳 정면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능라도 연설을 정면으로 촬영해 생방송 할 수 있었어요. 아주 기억에 남아요."
- 남한 방송사의 평양지국 설립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거 같은데, 가능성이 있을까요?
"미래에 가능성은 있겠고요. 다만 현재 남북 교류의 속도로 봤을 때 몇 달 안에 금방 될 거 같지는 않아요. 왜냐면 북한에서도 정책 결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고 군사협력이나 경제협력 같은 게 남북관계에서 우선순위에 있겠죠. 평양 지국은 모든 언론사가 관심 가지고 추진하고 있고, 특히 KBS의 경우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 시기를 빨리 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KBS가 평양에 지국 내는 그날이라면 아마 남북 간 화해의 물결도 성숙한 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역사적 현장에서 남북 정상이 민족의 화해와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모습을 보면서 참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 그 현장에 남측의 대표 방송인 KBS가 함께했다는 것에 대해 방송인으로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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