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삼라만상만물이 눈앞의 꽃이다
산하와 대지가 눈앞의 꽃이요
삼라만상 또한 눈앞의 꽃네.
자성이 원래 청정한 줄을 알았으니
먼지마다 세계마다 법왕의 몸이로다.
山河大地眼前花 萬象森羅亦復然
산하대지안전화 만상삼라역부연
自性方知元淸淨 塵塵刹刹法王身
자성방지원청정 진진찰찰법왕신
- 나옹혜근(懶翁惠勤) 선사
고려 말의 고승 나옹(懶翁, 1320~1376) 스님의 시다. 나옹 스님은 고려에서 원나라로 건너가서 고승들을 두루 친견하여 높은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세상을 보고 인생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다.
산하대지와 삼라만상, 즉 이 세상 모든 것, 우주만물이 눈앞의 꽃이라는 말은 눈병이 나거나 눈이 피로해서 허깨비 같은 헛꽃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눈앞에 허깨비 같은 헛꽃처럼 이 세상이 실체가 없는 헛것으로 보이고 그림자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어 실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애착할 것도 없고 탐욕심을 낼 것도 없는 것들이다. 지난 밤 꿈속에서 보았던 많고 많은 금은보화나 높은 지위나, 고매한 명예나, 권력을 애착할 사람은 아무도 없듯이 말이다.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도 “우주삼라만상이 내 마음에서 허깨비 그림자로 나타났다.”라고 하였다. 이와같이 이 세상 모든 존재의 실상(實相, 진실한 모습)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과 인생을 그렇게 본다. 그러므로 세상을 인생을 깃털처럼 가볍게 산다. 사랑도 미움도 다 벗어 놓고 바람처럼 물처럼 , 달그림자 못에 어리듯 그렇게 산다.
이 세상을 보는 안목이 그와 같이 된 뒤에는 다시 반전하여 내 자성(自性) 자리가 원래로 청정함을 이제야 안다. 물론 자성이 청정함을 알기 전에도 자성은 본래 이미 완전무결하고 청정하다. 자성을 그렇게 알고 보니 먼지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 진리, 깨달음 그 자체다. 두두물물, 세계 세계 일체가 청정한 법신(淸淨法身) 그대로다. 산하대지가 산하대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부처님이다. 삼라만상이 삼라만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진리다. 본래로 그렇게 존재하는 것을 그렇게 알았을 뿐이다. 참으로 진공(眞空)이므로 묘유(妙有)인 것이다. 이것이 이 세상 모든 것의 실상이요, 중도의 원리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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