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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식이 보고 듣고 다 한다>

장백산-1 2019. 1. 19. 19:34

<순수의식이 보고 듣고 다 한다>


"지(地) 수(水) 화(火) 풍(風) 이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육신은 법을 말할 줄도 법을 들을 줄도 모르고, 비장(脾臟), 위, 간, 쓸개도 법을 말할 줄도 법을 들을 줄도 모르며, 허공 공기 또한 법을 말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른다. 그러면 무엇이 법을 말할 줄 알고 법을 들을 줄 아는가? 바로 그대들 눈앞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또렷하고 역력한 것 하나가 홀로 고요하게 밝으니 이 하나 이것이 법을 들을 줄도 알고 법을 말할 줄도 아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곧장 조사, 부처, 진리, 법, 선, 깨달음, 도,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일체시에 이러함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여기서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이것, 즉 조사, 부처, 진리, 법, 선, 깨달음이다. 다만 분별로 인해 지혜가 막히고, 분별하는 생각이 일어나 본체를 둘로 나누기 때문에, 삼계를 윤회하며 많은 종류의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이 산승(山僧)의 견처(見處)로 보자면, 깊고 깊지 않은 것이 없고, 해탈하지 않은 것도 없고 부처 아닌 것도 없고, 진리 아닌 것도 없고, 깨달음 아닌 것도 없고, 도 아닌 것도 없고, 마음 아닌 것도 없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3,244)


사대로 만들어진 몸뚱이 이 몸이 법을 말할 줄 알거나 법을 들을 줄 아는 것이 아니지요. 여러분이 제가 하는 말을 듣고 계시는데, 제가 하는 말을 뭐가 듣느냐?고 물으면 귀가 듣습니다. 내 몸이 있으니까 이 몸이 듣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귀가 듣는 게 정말 맞는지, 몸이 듣는 게 정말 맞는지, 여러분의 귀나 몸이 제가 하는 말을 듣는 거라면 여러분이 자고 있는 동안에 누가 옆에서 소곤소곤 얘기를 하면 여러분의 귀나 몸이 그 얘기를 다 들어야 됩니다. 왜냐면 여러분이 잠을 잘때는 여러분의 생각 마음 의식은 잠들었지만 육신은 잠들지 않고 거기 그대로 있으니까요.


귀나 육신이 말소리를 듣는 거라면 잠을 자고 있는 중이라도 귀나 육신이 다른 사람들이 소곤대는 말 소리를 다 알아들어야 되지요. 그런데 자는 동안에는 귀나 몸은 그 말 소리를 듣지 못한단 말이지요. 또 내가 어떤 깊은 딴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옆에서 막 뭐라고 불러도 나를 부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육신이 듣는 거라면 언제나 들어야지요. 소리가 나면 무조건 들어야지요. 그런데 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또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한 백 명 천 명이 떠들고 있어도 그 수많은 재잘거리는 소리 사이를 기가 막히게 뚫고 내 아들 딸이 내지르는 엄마 소리가 희한하게 그 엄마에게 와서 딱 꽂힌단 말이지요. 수많은 소리들 가운데 내 아들 딸이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엄마가 딱 알아 듣는다는 말이지요. 이처럼 육신이 법을 들을 수 있거나 법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을 말할 줄 알거나 법을 알아들을 줄 아는 것은 이 육신이 아닌 것이지요. ‘비장 등 몸 속에 있는 오장육부가 법을 말할 줄 알거나 법을 들을 줄 아는 것이 아니고, 아니면 뇌가 듣을 줄 아나’ ‘아니면 ‘어떤 특정 기관이 소리를 듣거나 말하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육신이 소리를 듣는 게 아니면 아예 옆에 있는 허공이 듣는 것인가’ 하지만 그 허공이 듣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게 우리가 한 번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소리를 법을 들을 줄 안다는 그 자체가 사실은 놀라운 신비이고 기적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소리를 듣는데, 우리가 해온 방식은 특정한 소리를 들을 때 ‘어 이거 무슨 소리지’라고 분별을 하는 생각을 일으켜서 그 소리가 누구 소리인지, 어떤 사람의 목소리인지를 이렇게 분별하고 해석해서 캐치(catch) 해 내거든요. 


그리고 어떤 특정한 소리가 들렸을 때 그 소리가 사람 목소리인지 어떤 자동차 소리인지 무슨 소리인지를 딱딱 분별하고 해석하는 생각으로 캐치해 냅니다. 그래서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아 이건 무슨 소리’라고 결론을 내리지요. 이렇게 어떤 소리를 듣자마자 생각하고 듣자마자 해석해서 ‘그 소리는 어떤 소리야’라고 결론을 냅니다, 사람들의 생각 마음 의식은 자동으로 어떤 소리를 분별해 냅니다. 그런데 생각 마음 의식이 소리를 분별하고 소리에 개념을 입혀서 ‘그 소리는 무슨 소리’라고 규정하기 이전에 본래 이미 소리를 듣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소리를 해석하고 분별해 내는 것은 내 생각 마음 의식이 하는 거, 내 눈의 의식, 귀의 의식, 코의 의식, 혀의 의식, 피부의 의식, 생각의 의식이라는 여섯 가지의 의식이 하는 것이지만, 그 분별 해석하는 생각 마음 의식 이전에 의식이라고 해서 순수의식(純粹意識)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분별 해석하는 의식 이전의 순수의식, 그런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뭔가 법을 들을 때 ‘당연히 귀가 듣지’라고 생각을 하지만 귀가 듣는 것이 아니다. 몸이 듣는 것도 아니다. 몸 속에 있는 어떤 특정한 기관이 듣는 것도 아니고, 뇌가 듣는 것도 아니고, 허공이나 공기가 듣는 것도 아니다. 


순수의식이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모든 현상이라는 법(法)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법상스님- 법문녹취 by 하이얀마음